금융위원회가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 Offering) 발행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공모 한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사례를 기준으로 현행 공모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내다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23년 1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된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자본시장 분야 규제혁신 안건을 심의하고 있다./금융위원회
2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STO를 허용키로 했다. STO 허용은 디지털 전환 혁신을 제도적으로 수용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해 안전한 유통 체계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STO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증권을 토큰 형태로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위는 실물자산과 연동한 토큰에 한해 STO를 허용했다. 금융위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STO를 ‘토큰 증권의 발행’이라고 언급했다. 업계가 STO를 ‘증권형 토큰’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는 금융위가 토큰이 아닌 증권에 방점을 찍었다고 본다.

국내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STO의 본질은 증권이고 형태는 토큰이라고 보면 된다"며 "증권은 권리를 증명한다는 의미로, 권리 자체가 기초 자산이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4월 금융투자협회 조사국제부의 공태인 연구원이 발표한 ‘미국 증권형 토큰 시장의 동향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증권형 토큰’과 ‘토큰화된 증권’을 구분한다.

토큰화된 증권은 실물 세계에 가치가 있는 자산의 소유권을 블록체인을 이용해 토큰으로 발행, 자산에 대한 권리를 분할한 것이다. 반면 증권형 토큰은 실물 자산이 없고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는 게 토큰화된 증권과의 차이다.

증권형 토큰의 주요 목적은 자금조달이다. 증권형 토큰에 투자한다는 것은 실물 가치가 아닌 토큰 그 자체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다.

공태윤 연구원은 "엄밀히 구분하면 증권형 토큰과 토큰화된 증권은 다르지만 토큰화된 증권과 증권형 토큰이 같은 증권형 토큰 대체거래소(ATS)에서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DLT(분장원장기술)를 이용한다는 점은 같아서 주로 혼용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토큰화된 증권을 포함한 증권형 토큰 개념을 이용해 정책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STO 공모 한도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투자자 보호와 제도 혁신이라는 STO 허용 취지를 살리는 수준에서 공모 제한 규모가 허용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일각에서는 현행 사모와 소액공모제도를 참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본시장법상 기업별 크라우드펀딩(온라인소액투자중개) 발행 한도인 연간 30억원을 기준으로, 일본의 STO 제도를 참고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STO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공모 제한 규모를 최저 3억에서 최대 50억까지 예상하고 있다"며 "STO가 활성화된 일본의 경우에 5억원에서 50억원까지 진행된 사례가 있으며 대부분 10억원 수준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티이엠씨 IPO가 500억대인 것과 비교하면 증권사가 STO로 큰 수익을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시장을 선점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해 4월 발표한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증권성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STO 발행과 유통에 관한 규율체계는 오는 2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STO 투자자들의 재산권이 법적으로 안전하게 보장되도록 한다. 전자증권법을 일부 개정해 STO에 대해 권리추정력과 제3자 대항력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을 도입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STO 발행을 허용한다.

금융당국이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STO는 한국거래소의 디지털증권 시장에서 유통한다. 장외 시장 거래 매매는 증권사가 맡는다. STO는 금융상품으로 취급돼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거래할 수 없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우리 법제에서는 허용되지 않았던 토큰 증권 발행을 허용하고 안전한 유통체계를 만들겠다"며 "분산원장 기술로 증권을 디지털화하는 방식을 정식으로 허용해, 토큰 증권 투자자들의 재산권이 법적으로 안전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