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너에게 가고 있어. 우리 함께 한 맹세 위에 모든걸 걸 수 있어."

90년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슬램덩크의 주제가다. 당시 만화책이던 슬램덩크가 2023년 대한민국을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달구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월 17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개봉 2주만이다. 업계는 200만 돌파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노재팬)이 무색하다.

서울의 한 영화관에 상영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홍보 영상의 모습. / 뉴스1
서울의 한 영화관에 상영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홍보 영상의 모습. / 뉴스1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만화 슬램덩크의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감독과 각본을 맡은 작품이다. 많은 팬이 그토록 원하던 지역 내 최강자인 산왕공고와의 경기를 다루고 있다. 큰 틀은 원작과 같지만 세부적으로 다른 연출과 스토리텔링이 적용됐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원작 주인공인 강백호 대신 송태섭이 주인공으로 뛰고 있다는 점이다. 송태섭의 가정사 등 원작에 없던 서사도 부여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은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결정한 이유를 "원작과 똑같이 만드는 것이 싫어서"라며 "다시 슬램덩크를 한다면 새로운 관점에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송태섭은 채치수와 정대만이라는 3학년과 강백호와 서태웅 같은 1학년 사이에 껴 있었다"며 "만화를 연재할 당시 서사를 더 그리고 싶은 캐릭터였다"고 설명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북산고는 산왕공고에 맞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다. 송태섭은 그 직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며 영화가 끝이 난다.

日 나미자토 나리토 선수의 삶이 송태섭 모티브

이 서사는 일본 농구선수 나미자토 나리토가 모티브로 해석된다. 그는 슬램덩크 재단의 1기 장학생으로 재단의 후원을 받아 미국 프로농구(NBA)에 도전했다가 일본 프로농구 B리그로 돌아온 선수다. 그는 신장이 172cm로 송태섭(168cm)과 비슷한 단신이다. 포지션은 포인트가드, 고향은 오키나와다. 영화 ‘슬램덩크’에서 추가된 송태섭 설정과 동일하다.

슬램덩크 재단은 ‘슬램덩크’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가 슬램덩크를 사랑해준 독자와 농구에 보답하기 위해 설립했다. 재단은 생계 문제 등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한 젊은 선수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 2022년까지 15명이 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유학을 갔다. 이들은 미국 대학이나 일본의 B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다.

농구실력은 케빈 존슨

다만 송태섭의 실력은 나미자토 나리토 선수가 아니다. 캐릭터 실력의 모티브는 한 명으로 특정되지 않는다. 큰 키의 선수가 즐비한 NBA에서 단신 가드로 이름을 날린 케빈 존슨, 먹시 보그스, 라존 론도가 거론된다. 송태섭은 영화에서 눈높이가 다른 선수 어깨에 있을 정도로 단신임을 강조한다. 케빈 존슨과 라존 론도의 신장은 185cm, 먹시 보그스는 160cm다. NBA 평균신장은 190 후반대다.

그중 가장 유사해 보이는 건 케빈 존슨이다. 그는 NBA 피닉스 선즈의 돌격대장으로 불리며 코트를 휘젓고 다녔다는 평을 받는다. 송태섭이 경기 중 산왕공고 압박수비(존 프레스)에 고전하자 북산의 안감독이 송태섭을 향해 북산의 돌격대장으로서 정면돌파할 것을 지시한다.

또 영화는 송태섭이 형 송준섭을 추억하고 계승하는 의미로 등번호 7번을 고집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송준섭이 꿈꿨던 ‘국내최강 산왕공고를 이긴다’를 송태섭이 형의 등번호를 달고 실현하는 것이다. 이는 케빈 존슨의 영구결번이기도 하다. 존슨이 은퇴하면서 피닉스 선즈는 7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