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혁신 스타트업들이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 선거 결과에 촉각을 기울인다. 이들 스타트업이 변협과 징계·고발 등 법적으로 엮이면서다. 선거 결과에 따라 변협과 대화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 다만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뒀던 후보가 선거 결과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희망은 사라졌다. 업계가 국내 스타트업과 변협의 갈등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변협과 플랫폼, 깊은 갈등의 골

2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를 비롯해 로앤컴퍼니, 로앤굿, 드라마앤컴퍼니 등 주요 혁신 기업들이 변협과 갈등을 겪고 있다.

로앤컴퍼니, 로앤굿 등 리걸테크 스타트업은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두고 변협과 다투고 있다. 변협이 2021년 5월 법률서비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게 변호사 광고 규정을 개정하면서다. 이로 인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변호사가 플랫폼을 떠나고 있다. 플랫폼의 핵심이 떠나가자 이는 매출로 이어졌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변협의 징계 압박에 변호사가 절반 이상 떠나 100억원대의 매출 손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앤굿은 변협과의 갈등이 투자 유치에까지 여파를 미쳤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 변협 광고심사위원회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및 변호사 윤리장전을 위반했다고 결정하면서다. 실제 로앤굿은 지난해 초 300억원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했으나 대형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도 변협과 갈등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가 2021년 7월 네이버 엑스퍼트를 변호사법 위반 협의로 분당경찰서에 고발하면서다. 분당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한 달 만에 무혐의 불송치 처분했다. 하지만 검찰이 2021년 말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사건이 재진행되고 있다.

드라마앤컴퍼니는 변협 회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변협과 갈등을 겪는다. 리멤버를 통해 1월 5일 변호사와 로펌 소속 직원 대상 여론조사로 한 것이 이유다. 드라마앤컴퍼니는 결국 하루 만에 설문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변협 협회장 후보자 캠프는 드라마앤컴퍼니를 1월 9일 경찰에 고발했다.

대화 가능성 막혔나

국내 주요 스타트업과 플랫폼이 변협 회장 선거를 예의주시한 배경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변협의 자세가 달라질 가능성은 낮았으나 대화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후보가 그나마 존재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번 변협 회장 선거에는 총 3명의 후보가 출마했는데, 기호 2번인 안병희 변호사가 그나마 회원 변호사들의 의중을 다시 한번 모아보자는 쪽이었다"며 "누가 당선돼도 플랫폼에 부정적이었겠지만 그나마 대화의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문제는 플랫폼과의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보수적이던 김영훈 후보가 협회장으로 선임됐다는 점이다. 그는 51대 변협 부회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실제 그는 여당이 플랫폼과의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를 요청해도 응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김영훈 신임 협회장은 19일 MBC 라디오에서 국민의힘 만남 요청 관련 질문에 "처음에는 농담인가 싶기도 했다"며 "특정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만남이라면 필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히려 공공 플랫폼 논의가 먼저 시작돼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하루 전인 18일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이 국회에서 ‘리걸테크 스타트업 규제혁신 간담회’를 개최하고 규제개혁추진단 명의로 변협 신임 회장단과 만남을 요청하겠다고 밝히자 나온 답변이다.

변협 관계자는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으로부터 대화 요청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정식 대화 요청이 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