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메타버스 전문기업인 그리드와 협업키로 한 것이 금융권과 블록체인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권의 메타버스 서비스와는 좀 다른 형태로 진행될 거란 전망에서다.
업계는 그리드가 모임에 블록체인과 NFT를 접목한 시스템 구축을 계획 중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앞서 에이트원은 그리드 설립 당시 ‘메타시티포럼’을 출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메타버스 구축을 위해 블록체인 기업 보스아고라, 유라클, BRI와 협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메타버스에 블록체인 경제 시스템을 적용하면 플랫폼에서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이 유통되거나, 플랫폼에서 이용자가 벌어들이 포인트를 가상자산으로 연동하는 기능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플랫폼 포인트를 사용해 이용자끼리 다양한 상품을 주고 받는 형태가 그려질 수 있다.
그리드가 모임에 블록체인이나 NFT 경제 시스템을 도입하면 플랫폼을 이용하는 우리은행 역시 자연스럽게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해당 시스템에 기반한 서비스를 이용자에 제공할 수 있다. 포인트 활용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로 보안이 강화되면 이용자가 자신의 캐릭터로 플랫폼에 접속해 인공지능(AI) 행원과 상담 후 저축 등 상품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열린다.
이러한 구상이 실현되면 은행권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꼽히는 신한은행 ‘시나몬’, NH농협은행 ‘독도버스’와 또 다른 형태의 메타버스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신한은행은 대출·적금·펀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운용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농협은행은 NFT 도민권 발급이나, 플랫폼 내에서 모은 포인트를 농협 모바일 앱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우리은행은 메타버스 시범 서비스를 내놓고 향후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를 실현하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대출·적금·펀드·카드·증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이러한 비전과 서비스 준비 상황이 맞물려 앞으로 해당 서비스가 블록체인과 대체불가능토큰(NFT)을 기반으로 제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
에이트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계획 부분은 정교하게 다듬은 상태가 아니다"라며 "블록체인, NFT 쪽 생태계 변화가 있어 일단 리소스를 투입하기 보다는 관망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한 금융권의 IT 관계자는 "확장현실(XR) 기기 등 다양한 환경에서 이용 가능한 업체라 서비스 확장 측면에서 협약을 맺었다고 했는데 실제로 이용자가 해당 기기를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기까지 앞으로 몇년이 걸릴지 모른다"며 "메타버스 플랫폼 내 서비스 제공을 지난해부터 신 사업 계획으로 세운 만큼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기업과 협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