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신년인터뷰] 방승찬 "국민 체감 ICT 성과 내는 ETRI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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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3.01.26 06:00
2023년의 한국은 전세계에서 네트워크 인프라가 가장 잘 구축된 정보통신 강국이지만, 지금과 같은 인프라가 본격적으로 설치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동네에 전화기가 몇 대 없어 평소 가깝게 지내던 이웃집을 방문해 부탁을 한 후에야 통화를 했던 것도 불과 40~50년 전 일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한국 정보통신 역사를 써내려 온 산 증인이다. ETRI는 1가구 1전화 시대를 연 전전자교환기(TDX), 반도체 강국의 신화를 창조한 디램(DRAM) 반도체, 이동통신 선진국으로의 발판을 마련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 내손안의 인터넷 실현을 가능케 해준 와이브로(WiBro) 등 기술 개발의 중심에 섰다. 세계 최고 기술로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만드는 역할을 했다.

방승찬 ETRI 원장이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ETRI
최근 ETRI 신임 원장으로 취임한 방승찬 원장은 ETRI에서 정보통신 분야 주요 직무를 담당했던 ICT 전문가다. 그는 IT조선과 만나 앞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타 산업 융합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역협력 및 산·학·연 상생을 통해 국가 발전과 행복한 미래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대해 소개한다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1976년 설립된 우리나라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기관이다. ETRI는 통신미디어, 인공지능, 반도체·디스플레이, 지능화융합기술 등 글로벌 경제·산업·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대한민국 ICT 발전을 이끌어왔다.

1가구 1전화 시대를 연 TDX, 반도체 강국의 신화를 창조한 DRAM 반도체, 이동통신 선진국으로의 발판을 마련한 CDMA 상용화, 내손안의 인터넷 실현을 가능케 해준 와이브로(WiBro) 등 세계 최고 기술로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만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아울러 ETRI는 2010년 4세대 이동통신 LTE-Advanced 시스템 세계최초 개발, 2012년 휴대형 한/영 자동통역기술 지니톡(Genie Talk), 2017년 고성능 언어지능 SW인 엑소브레인(Exobrain), 2018년 UHD 모바일방송기술, 2020년 시각지능 원천기술 플랫폼 딥뷰(DeepView), 2021년 세계최초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기술인 ‘마이크로 LED 동시 전사·접합기술’ 개발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공공부문 최대 실적의 기술료 누적 1조 630억원을 돌파했고 최근 3년간 기술료만해도 1754억원을 달성했다. 아울러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는 국제표준특허를 1천 17건을 보유하고 있고 수젠텍, 신테카바이오 진시스템, 마인즈랩 등 4개사를 코스닥상장에 성공시킨바 있다. 그동안 ETRI가 만든 창업기업과 연구소기업은 총 152개사에 달한다.

새해를 맞아 연구원은 ‘디지털 혁신으로 행복한 미래세상을 만드는 기술 선구자’로서 정부의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가속화하기 위해 전략기술과 원천기술 확보를 최우선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ICT와 타 산업 융합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역협력 및 산·학·연 상생을 통해 국가 발전과 행복한 미래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현재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은 글로벌에서 어느 수준이라고 평가는지, 그 이유가 있다면.

우리나라의 ICT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ICT의 강점은 잘 갖추어진 ICT 인프라와 서비스 그리고 시스템 반도체 등 HW 제조 역량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특히 인프라 분야에서 세계 최초 5G 서비스 상용화, 최고 수준의 광대역 네트워크 기반을 구축한바 있다. 산업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성능의 인공지능 서버, AI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글로벌 수준의 HW 제조 역량을 보유했으며 개인과 공공의 인터넷/모바일 활용 및 전자정부 활용능력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러한 ICT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최고 수준의 의료진 및 진단능력뿐만 아니라 ICT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우리의 강점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다.

하지만, AI·플랫폼·빅데이터 등 SW 분야, 즉 AI 기술 및 산업역량은 글로벌 수준에서 봤을 때, 갈 길이 남았다. 국가혁신성장을 위한 핵심동력이 될 AI 시대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초격차 전략기술 확보와 ICT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연결’과 ‘융합’이라는 미래 지능정보사회의 핵심 키워드인 5G+/6G 통신과 AI 반도체는 핵심 화두가 될 것이다.


방승찬 ETRI 원장이 집무실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ETRI
ETRI는 K-인공지능 서버와 AI 반도체 개발을 비롯해 이동통신, AI, 미디어, 디지털트윈, 스마트시티 등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관련기술의 국제표준화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약 1천여 건이 넘는 국제표준특허를 개발하는 등 세계적 수준의 지식재산을 창출하고 연구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반도체와 통신에 AI를 접목해 기술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발표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의미하는지. AI를 접목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AI는 이제 더 이상 소프트웨어(SW)로서의 도메인 하나가 아니다.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새로운 기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인공지능 자체 연구 뿐 아니라 인공지능이 적용되어 고부가가치를 낼 자율주행차, 로봇, 통신 인프라, 사이버 보안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힘으로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분량의 일들을 순식간에 처리하고 있다. 딥러닝과 머신러닝 등 각종 학습기법으로 진화 중인 AI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따라서 모든 연구수행과제에도 벌써부터 AI를 활용하여 추가적인 연구, 진보적인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다.

AI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매우 많은 양의 데이터 연산이 필요하다. AI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디지털 영역에 활용되는 핵심 ICT 인프라가 반도체와 통신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느냐가 서비스 구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2025년까지 AI 반도체를 1페타플롭스(PFLOPS)급 범용 반도체 개발과 200Gbps급 6세대 이동통신 구현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AI 반도체와 통신은 우리나라가 초격차를 실현할 주된 분야로 손꼽힌다. AI 반도체는 기존 컴퓨팅에 주로 활용되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스처리장치(GPU)를 개선해 인공지능 연산용으로 최적화한 차세대 AI 두뇌다. ETRI가 개발한 AI 반도체는 높은 성능과 전력효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칩 하나가 1초에 40조 번 계산하면서도 전구 하나를 켜는 데 필요한 15와트만 소모한다. AI 반도체로 구현한 서버가 바로 ‘K-인공지능 서버’로 불리는 ETRI ‘아트 브레인’이다. 서버 1개로 무려 1초당 5천조 회 연산이 가능하다. 기존 GPU 서버 대비 약 4배의 연산 성능과 7배 전력효율을 발휘한다. 차세대 통신기술과 결합 시 진정한 AI 서비스 구현을 비롯해 제4차 산업혁명의 중추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가 6G 기술 선점에 성공해 글로벌 이동통신 기술 강국으로 자리잡기 위해서 정부와 기업들이 지금부터 준비해야할 부분들은 어떤게 있을지.

ETRI는 6G 핵심기술 개발의 주관 연구기관이다. 현재,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삼성전자, KAIST 등 약 40여 개 연구기관과 함께 9000억 원 규모로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다. 6G 통신기술의 핵심 비전을 ▲초성능 ▲초대역 ▲초정밀 ▲초지능 ▲초공간 등으로 정의하고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관련 기술개발을 위해 협력 중이다.

6G 통신은 5G보다 10배에서 최대 50배 빠른 통신이 가능할 전망이다. 최대 초당 1테라비트(Tbps) 시대를 열 것이다. 5G보다 훨씬 진보된 통신기술이 있어야 다음 세대의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미래에는 메타버스, 자율주행, 스마트공장 등 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가 우리 사회의 주축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대전환을 맞아 기술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어 선제적인 연구개발이 꼭 필요하다.

특히, 위성통신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5G까지는 위성통신을 별도의 개념으로 바라봤다. 5G 이동통신을 담당하는 지상망, 위성이 담당하는 공중망이 나뉘어졌던 셈이다. 6G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지상뿐만 아니라 해상, 공중, 지상의 오지, 재난재해, 미래국방 등을 위해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저지연성을 보장하기 위해 위성통신을 지상통신과 통합한 기술이 핵심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아직은 수많은 연구그룹과 통신업체가 힘을 합쳐 6G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단계다. 6G 통신을 제대로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탄탄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제대로 된 차세대 통신 인프라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재 5G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산·학·연 협업 그리고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 꼭 필요하다.

아울러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하여 전 세계의 표준, 즉 국제표준특허를 만들고 국제표준화를 통해 우리의 기술을 세계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과거 TDX, CDMA, DRAM 개발 당시처럼 산·학·연·관이 똘똘뭉쳐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업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기존 ICT 역량을 교통, 에너지, 의료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발표하셨는데 설명부탁드린다.

ICT는 이제 홀로 존재하는 특정 도메인 영역이 아닙니다. 타 산업에 비타민처럼 녹아들어 융합이 이뤄지면 그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게 커지게 된다. 따라서 디지털 대전환의 물결속에서 더욱더 안전하고 똑똑하며 편리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ICT역량을 타 산업에도 적극 융합하려 한다.

특히 지능모빌리티, 즉 자율주행 분야는 큰 효과가 예상된다. 지난주 개최된 CES에서 보시다시피, 빅테크 기업들이 3년만에 온전한 오프라인 전시회에 재등장하면서 모빌리티에 관심이 집중된바 있다. 연결성에 대한 논의가 중시됨에 따라 자동차를 이용한 지능모빌리티가 향후 국가의 경쟁력이나 디지털 경제사회를 구현하는데 새로운 변화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도시·교통이나 복지·의료, 에너지·환경, 국방·안전 등의 분야는 대표적으로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분야다. 이들분야는 ICT와 융합이 이뤄져 스마트교통과 스마트시티, 따뜻한 복지, 저탄소·친환경사회, 안심하고 탄탄한 국방, 디지털 안정망 구축 등의 이름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공장의 설비를 원격으로 자동제어하는 스마트팩토리나 AI 기반 실시간 의료진단기술, 생체정보를 측정·분석기술,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스마트에너지기술, 지능형 전력망 관리 등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ICT 융합기술들은 인공지능(AI)기술을 만나 더욱 똑똑해 지고 있으며 교통, 에너지, 의료 뿐만 아니라 국방, 금융, 주거, 농·축·수산, 환경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ICT가 속속 적용되고 있다.

메타버스 기술 또한 발전을 거듭해 군 작전훈련과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가상훈련도 실시중에 있다. 최대 50배나 빨라질 6G 통신기술과 결합하면 국민이 체감할만한 대규모 융합 서비스로 고도화될 것이 분명하다.

디지털 전환이 무르익으면서 타 산업과 ICT의 융합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ICT는 디지털 혁신의 핵심기술이자 초연결·초공간을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해내야 한다. ETRI도 타 산업과의 교류를 늘려 공공현안,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강화하겠다.

―2023년 글로벌 ICT 흐름과 국내 상황에서 지난해와 다른점이 있어 보인다. 원장님이 생각하시는 작년과 올해의 차이점을 설명한다면.

올해의 글로벌 ICT 흐름은 지난주 끝난 CES를 통해서도 일부 드러난바 있다. 연초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이나 경제연구소 등의 발표를 주목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해와 다른 점이라면 뉴노멀의 일상화로 가늠하기 힘들겠지만 CES에서는 연결성(C), 환경(E), 지속가능성(S)을 주요 화두로 내놓은 점이 인상깊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며 전 인류가 겪었던 고통의 산물로서 최첨단기술로 인류의 과제를 푼다는 의미의 ‘인류안보’라는 키워드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도 집중될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ICT와 타 산업과의 융합에 있어 이번 CES 전시회에서 뜨거웠던 ‘지능 모빌리티’ 분야를 주목하고자 한다. 빅테크 기업들이 전시회에 재등장하면서 모빌리티에 관심이 집중된바 있다.

연결성에 대한 논의가 중시됨에 따라 자동차를 이용한 지능모빌리티가 향후 국가의 경쟁력이나 디지털 경제사회를 구현하는데 새로운 변화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ICT 중심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다. 디지털 기술주권 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핵심 기관 역할과 함께 글로벌 확산을 통한 디지털 신질서를 주도해야 할 때다. K-디지털이 본격적으로 우리 삶에 녹아들어 행복한 미래세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ETRI가 기술 선구자로서 디지털 혁신을 선도해 나가겠다.

―취임 첫 해 꼭 이루고자 하는 바 있으시다면?

안정적 연구환경 속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중·대형 성과를 만들고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게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 연구환경과 함께 근본적인 사업구조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안정예산을 확대하여 경쟁예산과 균형을 맞추고, 단기·소액과제로 파편화된 사업구조를 바꾸겠다. 이를 통해 임무와 목표 지향적인 과제기획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연구환경의 핵심은 팀웍과 리더십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열정적인 창의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기술사업화 전주기 프로세스의 내실화를 다지겠다. 또한, 창업을 활성화하여 예비창업부터 글로벌 유니콘까지의 완결형 창업생태계를 구현하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산업발전에 기여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연구기관 ETRI로 거듭나겠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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