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완성차업체의 계묘년 신차 러시가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르노코리아자동차(이하 르노코리아)만 올해 신차를 발표하지 않는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상품성 개선 모델만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LPG SUV 경쟁 모델까지 등장함에 따라 올해 내수시장에서 르노코리아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기아,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 한국GM은 올해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며 판매량 증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XM3 E-TECH 하이브리드. / 르노코리아자동차
XM3 E-TECH 하이브리드. / 르노코리아자동차
현대차는 18일 디 올 뉴 코나를 출시하며 신차 러시의 막을 올렸다. 현대차는 향후 5세대 싼타페, 쏘나타와 아반떼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는 4월 대형 전기 SUV ‘EV9’를 출시할 계획이고 이후 쏘렌토와 카니발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쌍용차는 올 하반기 중 토레스 전기차 모델인 U100(프로젝트명)을, 한국GM은 GMC의 대형 픽업트럭 시에라 드날리와 창원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글로벌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를 상반기 중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주요 완성차업체가 다양한 신차 출시를 예고했지만 르노코리아는 올해 별다른 신차 출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르노코리아가 올해 내수시장에서 존재감이 더욱 희미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5만2277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13.9% 감소한 수치다. 르노코리아의 판매량 감소 원인으로 부족한 라인업이 꼽히고 있는데 올해 라인업을 확충하지 못하면 타 완성차업체와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르노코리아가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차량은 SM6, QM6, XM3다. 르노코리아는 주력 차량들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하며 판매량 증진에 나서겠다는 복안이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주력 차종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링카였던 중형 SUV QM6는 지난해 2만7440대가 판매됐는데 전년 대비 27.3%나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다. 쏘렌토, 싼타페 등과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여기에 쏘렌토, 싼타페 모두 올해 새로운 모습으로 출시될 예정이라 QM6가 우위를 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QM6 LPG모델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기아 스포티지 LPG모델 뿐만 아니라 지난해 큰 인기를 모았던 쌍용차 토레스 LPG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됐기 때문이다.

중형세단 SM6는 전년과 비교해 31.9% 늘어난 4218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다만 판매량 자체가 워낙 적은 수준이다. 경쟁모델인 현대차 쏘나타는 지난해 4만8308대가 판매됐다.

QM6./ 르노코리아자동차
QM6./ 르노코리아자동차
준중형 SUV XM3는 지난해 출시된 하이브리드 모델의 선전으로 17.5% 상승한 1만9425대가 판매됐다. 하지만 다양한 엔진라인업을 갖춘 현대차의 디 올 뉴 코나와 지난해 상품성 개선 모델로 출시된 기아의 셀토스, 니로 등과 쉽지 않은 경쟁을 펼쳐야 한다. 여기에 한국GM의 차세대 CUV도 부담스러운 상대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본사에서 신차를 배정을 해줘야 출시할 수 있는 것인데 배정을 받지 못하다보니 올해 신차를 내놓지 못하는 것이다"며 "올해의 경우 백오더(대기물량)을 제외하면 자동차 내수시장이 부진할 것으로 본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이는데 신차가 없으면 내수시장 부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르노코리아가 수출을 많이하는 유럽시장이 올해 침체를 겪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전망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올해는 기존 차량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며 "신차는 내년 이후부터 나올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신차를 출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적인 상황이다"며 "상품성 향상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이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펼칠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르노코리아가 LPG모델을 먼저 출시해서 인기가 많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해당 차량의 장점과 특허 등은 경쟁사가 따라오기 어렵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