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에 울고 싶은데 동장군이 뺨 때리네

북마크 완료!

마이페이지의 ‘북마크한 기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북마크한 기사 보러가기 close
입력 2023.01.24 06:00
#1. 서울 종로구에 거주 중인 김현주(가명) 씨는 12월에 사용한 도시가스 고지서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도시가스비가 80만원이 훌쩍 넘어 고지됐기 때문이다. 도시가스비가 오른 것은 알고 있었으나 전년동월과 비교해 2배 이상되는 금액을 내야하는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2. 서울 소재 한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이효성(가명)군도 도시가스비로 15만원 이상을 납부해야 한다. 올 겨울, 그렇게 따뜻하게 지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비용을 낸다는 것이 억울하기까지 했다. 월세내기도 빠듯한 실정에서 도시가스비까지 올라 선뜻 보일러에 손이 가지 않는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3.2% 올랐다. 특히 도시가스는 36.2%나 올랐다.

꺼진 보일러. / IT조선 DB
이는 정부가 지난해 10월 지난해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을 메가줄(MJ·가스사용 열량 단위)당 2.7원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번 인상으로 인해 한가구당 평균 도시가스 요금은 월 5400원가량 늘어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유럽 가스 공급차질 등으로 인해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불안이 가중돼 수입 단가가 높아져 도시가스비용이 인상된 것이다. 여기에 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미수금(영업손실)이 9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악화된 재정상태도 도시가스비 인상의 요인 중 하나다.

문제는 서민들이 체감하는 도시가스비 인상률은 더욱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종 커뮤니티, SNS 등에서는 12월 고지서를 인증하며 사용한 것에 비해 도시가스비가 너무 많이 나왔다는 목소리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SNS 유저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적게 사용했는데 금액은 더 많이 나왔다"며 "지난해 16만원 냈는데 올해는 21만원이 넘는 금액을 내야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SNS 유저는 "작년 이맘때보다 조금 더 사용했다"면서 "그런데 요금은 작년에 2배가 넘는다"고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본격적인 추위는 이제부터 시작인데 다음달 고지서가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한(大寒)인 20일 이후부터 전국의 기온이 영하권을 떨어진다. 특히 설 연휴에는 올 겨울 최대 한파가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도시가스비 폭탄 관련 커뮤니티 글. / 네이버 캡쳐
수도권에 거주 중인 한 50대 여성은 "고지서를 보고 너무 놀라 난방을 줄이려 했지만 곧 한파가 온다고 하니까 그러기도 어렵다"며 "설 연휴에 가족들도 집으로 모이는데 난방을 줄이기 어렵지 않느냐. 다음달 고지서를 받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급격히 늘어난 도시가스비에 대한 불멘 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관계기관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도시가스비가 인상된지 얼마되지 않아 도시가스 사용량이 많아져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도시가스비 인상은 일반 가정에서 체감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가 기업의 법인세 등은 깎아주면서 도시가스비, 전기세 등 공공요금은 인상하고 있다는 비판들이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며 "가뜩이나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으로 힘든 상황에서 공공요금까지 비싸져 서민들의 고통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공공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비싼 요금을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고지서에 전월, 전년 사용량과 비교하는 지표를 삽입하는 것이 좋다"며 "그래야 자신의 사용량을 알고 난방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

0
주요 뉴스
지금 주목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