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 등을 통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헤지펀드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15년이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2018년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적대적인 경영개입을 시도하면서 기업 사냥꾼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런 오명을 벗고 있는 추세다. 오히려 소액주주의 입장을 대변한다며 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12월 행동주의 펀드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계열사 흥국생명의 40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 인수 참여에 제동을 걸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 지분 5.8%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가 태광산업 일반 주주의 이익을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또 대주주가 아닌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촉구한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도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펀드 운용사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작년 2월 SM엔터테인먼트에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용역 계약 문제를 지적하며 외부 주주가 추천한 독립적인 감사 선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3월 진행된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펼친 끝에 얼라인파트너스 측이 추천한 감사 후보가 선임되면서 승리를 거뒀다. 같은 해 10월 SM은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라이센스 계약을 조기 종료한다고 공시했고 SM의 주가는 이날 하루동안 9.49% 급등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달 초 은행주로 눈을 돌렸다. 지난 2일 은행주가 부족한 주주환원으로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7개 금융지주에 공개서한을 보내 ‘은행주 제가치 찾기’ 캠페인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현금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하라는 것이 캠페인의 골자다.

이런 행동에 은행주에 대한 기대감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4대 금융지주와 카카오뱅크, 기업은행, 지방은행 3사 등을 담은 KRX은행 지수는 지난 2일 592.44에서 20일 종가 기준 715.12로 20.7% 올랐다.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인 경영 개입이 주가 상승 등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은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다. 이들의 행동이 주주환원 정책 강화로 이어지고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단기 차익을 노린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현재 행동주의 펀드는 먹튀 오명을 유지하느냐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주체라는 분기점에 서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주가 상승과 한국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