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배터리·완성차 '합종연횡'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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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3.01.26 06:00
전기차 시대 전환에 가속도가 붙는 가운데 완성차와 배터리 제조사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얼마 전까지 공급망 구축을 함께 추진했던 완성차가 다른 배터리 기업과 손을 잡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전장에서 오직 생존만을 위해 전략적 선택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다.

미국 포드 자동차가 SK온 대신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튀르키예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것이 유력하다는 소식은 새해 배터리 업계 핫이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앤디 베셔 켄터키 주지사가 2022년 12월 5일(현지시각)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 기공식에서 H빔에 서명을 하고 있다. / SK온
포드는 2022년 3월 SK온, 터키 대기업 코치(KOC)와 MOU를 체결하고 수도 앙카라 인근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2025년부터 연간 30G∼4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중장기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SK온과 포드가 본 계약 체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LG에너지솔루션이 새로운 파트너로 떠올랐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유리한 조건으로 포드와 합작법인을 설립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튀르키예 사업 파트너 변경과 무관하게 포드는 나머지 프로젝트에서 SK온과 협력을 계속할 방침이다. 양사는 미국 내에서 2개 공장을 신설 중이며, 헝가리 공장 증설도 함께하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와도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SK온은 2025년 이후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공급 물량과 협력 형태, 공급 시점 등 구체적인 사안은 추후 논의한다. 현대차는 SK온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과도 북미 배터리 협업을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왼쪽)과 미베 토시히로 혼다 CEO가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체결식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제너럴모터스(GM)과 미국에 합작공장을 짓는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은 폭스바겐·스텔란티스·르노닛산·BMW·혼다 등과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13일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L-H 배터리 컴퍼니(Battery Company)를 공식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L-H 배터리 컴퍼니는 한국 배터리 업체와 일본 완성차 업체의 첫 전략적 협력 사례다.

신규 공장은 미국 오하이오 주 제퍼슨빌(Jeffersonville) 인근에 건설될 예정이다. 양사는 합작법인 신규 공장에 총 44억달러(5조5000억원)를 투자해 4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세계 완성차 판매 1위 일본 도요타와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눈앞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협상이 완료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에 이어 도요타까지 두 번째 대형 계약을 맺는 것이다.

삼성SDI는 2022년 5월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함께 미국 첫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합작법인 부지를 인디애나주 코코모시로 선정하고 25억달러(3조1500억원) 이상 투자에 돌입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스텔란티스는 LG에너지솔루션과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Windsor)시에 45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총 투자액은 4조8000억원으로 2022년 하반기 착공을 시작해 2024년 상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왼쪽)와 마크 스튜어트 스텔란티스 북미COO가 합작법인 투자 계약 체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 삼성SDI
삼성SDI는 이르면 올해 헝가리에 BMW 전용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난해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인천 영종도에 있는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논의에 따른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전동화 드라이브를 본격적으로 건 완성차 업체가 대부분이지만, 배터리를 적기에 공급해줄 기업은 한정적인 만큼 국내 배터리 3사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전환에 돌입한 완성차 업체의 가장 큰 니즈는 원하는 시점에 충분한 수율과 질이 보장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지다"라며 "합작법인을 추진·설립하는 동안 그런 신뢰를 보여준 배터리 기업이 더 좋은 조건에 완성차와 계약을 독점하는 사례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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