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시설부담금 할인 혜택과 함께 수백억원에 달하는 별도 지원금까지 지급한다.

하지만 IDC 중 지방에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기업은 적다. 2029년까지 수도권에만 총 637개의 IDC가 설치된다. 전체 IDC 중 고작 14%만 지방에 들어선다.

IDC 운영사가 수도권을 선호하는 이유는 고객사가 수도권에 있는 IDC를 선호하는 탓이다. 정부 등은 IDC에 직접적 혜택을 주는 카드를 내밀었지만, 정작 IDC를 이용하는 기업은 만에하나 발생할 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수도권을 원한다. 차라리 IDC를 이용하는 대상 기업을 직접 공략하는게 지방 IDC 유치 효과를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T 남구로 IDC 모습/ KT
KT 남구로 IDC 모습/ KT
25일 IDC 업계에 따르면, 일부 IDC 입주사들은 계약서에 물리적 거리 기준을 조항 중 하나로 넣는다. IDC와의 물리적 거리가 정한 기준 이상으로 멀어지면 안된다는 내용이다. 경기도 수원에 있던 IDC를 임의적으로 대전 등으로 옮기면 안된다는 식이다.

IDC 한 관계자는 자세한 계약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지만, 입주사들이 센터와 자사와의 물리적 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방으로 IDC를 옮기기 어려운 이유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IDC 수도권 밀집이 지속될 경우 수도권 내 신규 IDC 설립은 물론 공장 등 시설의 전력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의 전력 관련 분석 자료를 보면, 2029년까지 전력 사용을 신청한 수도권 지역 데이터센터 550개소 가운데 64개소만 적시에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나머지 486개 IDC는 전력이 필요할 때 원활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산업부는 한국전력(한전)이 특정 시설에 예외적으로 전기공급을 유예하거나 거부하는 권한을 허용할 예정이다.

반면 비수도권에 들어서는 IDC에는 배전망 연결시 케이블 등 시설부담금을 최대 50% 할인해주고, 송전망 연결 시 예비전력 요금 면제 등 혜택을 준다. 또 지역에 들어오는 신규 IDC 시설에 ▲경상북도는 최대 50억원 ▲전라북도 300억원 ▲강원도 350억원 ▲전라남도 1000억원 등 지자체 지원금을 투입한다.

최근 지방에서는 발전량이 넘쳐 재생에너지 발전을 강제로 멈추는 출력제어 현상이 늘고 있다. 발전량은 많으나 전력 수요가 없을 경우 생산을 강제로 막는 조치를 취한다. 생산전력이 과하면 송배전망의 과부하를 불러 블랙아웃이 일어날 수 있다.

IDC 운영사 입장에서는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임대료 등 부동산 비용이 줄고 지자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요 기업의 요구로 지방 이전이 불가능한 처지다.

최근 발생한 SK C&C 판교 IDC 화재처럼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때 인력을 즉각 파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방에 IDC가 있을 경우 빠른 조치가 어렵다.

IDC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수도권에 많이 있다 보니 관리적 측면을 고려해 수도권에 IDC가 있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고객사와 센터 간 물리적 거리가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리 등을 위한 접근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사가 센터 간 물리적 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지방으로 IDC를 이전하겠다고 할 수는 없다"며 "수도권에 설치한 IDC는 그대로 두고 지자체와 손잡고 지방에 별도의 IDC를 구축하는 형태로 가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