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인 '사파이어 래피즈'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차세대 D램 규격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5를 지원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손꼽아 기다려온 제품이기도 하다.

메모리 업황은 2022년 하반기부터 부진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파이어 래피즈가 D램 업황 반등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인텔은 11일 이전 세대 대비 평균 2.9배 향상된 성능을 갖춘 4세대 데이터센터용 CPU인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사파이어 래피즈’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신제품은 인텔이 2년 만에 내놓은 4세대용 CPU다. 인텔은 세계 서버용 CPU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인텔 4세대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 인텔
인텔 4세대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 인텔
DDR5는 DDR4 대비 전력 효율이 30% 이상 높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두 배 이상 빠른 램이다. 대규모 데이터 처리에 적합하다.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다수 기업들은 향후 서버 확대시 DDR5 기반 서버로 교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로 DDR5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체 D램 시장에서 DDR5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40.5%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업계는 이를 계기로 하강 사이클에 있는 반도체 업황의 반등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D램 시장에서 서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 D램 시장 매출 비중은 서버 34.4%, 모바일 30.5%, PC 17.9%다. 그 중 DDR5 출하량 점유율은 올해 1분기 7%에서 4분기 20%로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16Gb DDR5 D램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개발한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16Gb DDR5 D램 / 삼성전자
메모리 1위 삼성전자는 인텔과 메모리-CPU 호환성 테스트를 하며 협업 관계를 이어왔다. DDR5 등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하는 데는 컴퓨터의 두뇌격인 CPU와 호환성이 중요한데 인텔의 표준은 세계 컴퓨터의 표준으로 인정받는다. 인텔 신제품 출시가 삼성전자에 희소식인 이유다.

2022년 12월 반도체 업계 최초로 12나노급 D램 개발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서버 D램 시장에서 점유율 39%로 1위를 공고히 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 당시 "인위적인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본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내년에는 데이터센터 증설도 확대되고 신규 CPU를 위한 DDR5 채용도 늘어날 것이다"라고 기대한 바 있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인텔로부터 인증을 획득한 10나노급 4세대 서버 D램 DDR5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인텔로부터 인증을 획득한 10나노급 4세대 서버 D램 DDR5 / SK하이닉스
DDR5는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불황을 돌파하는 효자 상품이 될 전망이다. 2018년 세계 최초로 DDR5를 개발한 SK하이닉스는 2022년 10월 DDR5 6400Mbps 32GB 모듈 샘플을 최초로 출하했다.

SK하이닉스는 또 자사가 개발한 10나노급 4세대(1a) DDR5 서버용 D램을 인텔의 사파이어래피즈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인증을 받았다고 최근 밝혔다. 1a DDR5는 최첨단 EUV 노광공정이 적용된 메모리다. 10나노급 4세대 D램이 인텔의 인증 받은 건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다.

SK하이닉스는 "당사가 업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한 DDR5로 인텔로부터 최신 프로세서(Processor) 호환 인증을 받은 건 기념비적인 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시장 수요에 맞춰 DDR5를 적극 공급하면서 반도체 다운턴 상황을 조기에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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