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칼럼에서 ‘국내 예술품 경매시장의 약형 효율성 검정’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소개한 적이 있다. 감사하게도 이 논문은 저널에 성공적으로 게재됐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에서 필자는 "시장효율성 이후에는 현재 예술시장이 거품인지에 대한 실증 분석도 소개할 예정이다"라고 했고 이제 그 약속을 지키려 한다.

이번 논문은 ‘예술시장 호황인가, 거품인가?’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이미 저널에 게재된 논문이지만 많은 이들이 흥미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효율성에 대한 논의의 결론이 ‘우리의 예술시장은 약형 효율적이지 않다’였고 당연히 이에 대한 후속 질문은 ‘그래서 뭐?’가 될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논문이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예술품 거래는 2020년 이후 급격히 팽창했다. 2020년 3291억 원 규모였던 예술시장은 2021년 9223억 원 규모로 약 2.8배 정도 성장하더니 2022년 마침내 1조 원대를 돌파했다.

Artprice에서 발간하는 ‘The Art Market report in 2021’에 따르면 한국 예술시장 거래액은 기록적인 성적을 거뒀다. 2021년 세계 시장 톱 10(Geographical Breakdown of Auction Turnover by Country 6위) 안에 들었고, 세계 예술시장의 새로운 주요 강국으로 떠올랐다.

더불어 2021년 예술품 경매에서는 작가별 신고가가 줄을 이었다. 31억원에 낙찰된 이우환의 1984년 작 ‘동풍 (East Winds)’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유영국, 물방울 화가 김창열, 단색화의 대표 화가 박서보 등 예술계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자신의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이러한 예술시장의 급격한 팽창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 이후, 전 세계적인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한 자산 가격 상승이 주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거시경제적 요인 외에도 예술품 분할소유권 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미술품 투자 방식의 등장, NFT와 메타버스, 故 이건희 컬렉션으로 인한 미술품 수집 관심 증대, 작품의 온라인 구매 및 OVR(Online Viewing Room)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예술시장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증가시켰다. 이러한 대중들의 관심은 국내 예술시장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반면, 호황으로 들뜬 예술시장에 대한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국내외 미술시장 1분기 흐름과 전망을 발표한 ‘2022년 1분기 미술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1차원적인 투자 추세를 바로잡아줄 전문적인 목소리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새로운 컬렉터 집단으로 관심받고 있는 2030세대의 소비성향은 유행에 따라 발 빠르게 변하므로 예술시장에 관한 관심 역시 빠르게 식을 수 있다. 따라서 예술시장 열기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1조원 규모를 달성했던 2022년도 하반기로 갈수록 경매 낙찰률이 떨어지고, 낙찰총액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술시장에 거품이 있는가?’와 같은 질문은 고가의 낙찰품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작품 가격이 신기록을 경신할 때마다 제기됐다.

급격하게 팽창하는 ‘국내 예술시장은 호황인가, 거품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필자와 연구진은 국내 예술품 경매 데이터를 이용해 거품감지 실증분석을 수행했다. 앞으로의 칼럼에서는 연구의 내용과 결과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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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위험관리·ESG금융·대체투자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에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한다.

류지예 팀장은 아트파이낸스그룹 데이터분석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메타버스금융랩 연구위원을 겸하고 있다. 주 연구주제는 미술시장, 예술품 거래데이터분석이며 메타버스, NFT등 예술산업 관련 신기술 또한 연구하고 있다. 동아시아예술문화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금융 교육과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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