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성장 가도를 달렸다. 풍부한 물량 수주를 바탕으로 2022년 나란히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신규 공장 가동 등 호재가 있는 SK온은 지난해의 실적을 반등시킬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 나갈 전망이다.

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지동섭 SK온 사장 / 각 사
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지동섭 SK온 사장 / 각 사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발표한 2022년 경영 실적을 보면 두 회사는 각각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삼성SDI의 영업이익이 배터리 업계 맏형인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익을 앞서 실속은 SDI가 더 챙겼다는 평가다.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영업이익 총합은 3조 217억원…SK온만 적자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연결 기준 매출 25조 5986억원, 영업이익 1조 2137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각각 43.4%, 57.9% 증가한 수치로, 연간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2022년 하반기 전기차와 전력망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개선된 것과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배터리 판가에 연동한 점이 주효했다.

판매량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와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 절감, 가격 경쟁력 있는 메탈 소싱 적용 확대 등으로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삼성SDI는 같은 기간 매출 20조 1241억원, 영업이익 1조 808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로, 전년과 비교해 각각 48.5%, 69.4% 늘었다. 매출 기준으론 LG에너지솔루션보다 덩치가 작지만, 영업이익은 2조원이 육박해 국내 배터리 3사 중 최대 수준이다.

삼성SDI의 실적은 ‘에너지 및 기타’ 부문이 이끌었다. 작년 매출액 17조 5663억원과 영업이익 1조 2538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액의 87.3%, 69.3%를 차지했다. 중대형 전지가 수요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확대됐고, 프리미엄 제품인 P5(Gen.5) 중심으로 자동차 전지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ESS 전지는 전력용 프로젝트에 공급돼 매출이 크게 늘었다.

원형 전지는 전동공구 수요 둔화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었지만,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으로 판매 영향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전기차용 판매가 늘어나면서 전분기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SK온은 2022년 적자 탈출을 하지 못했다. 작년 매출은 7조 6473억원, 영업적자는 9226억원으로 추정된다. 2021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151.6% 늘었지만 영업적자 규모는 35.1%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의 분사 후 공장 초기 가동으로 인한 감가상각비 등이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신규 공장 가동률이 상승하고, 해외공장 수율이 개선되면 올해 2분기 흑자 전환할 수 있을 것이란 시장 기대가 나온다.

K배터리 3사, 차세대 배터리로 성장 자신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을 전년 대비 25~30% 증가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 돌입했다. 또 세분화된 시장 맞춤형 제품 개발, 스마트팩토리 구현, SCM 체계 구축 등을 통해 미래 준비에 나선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 부사장은 "올해 매출은 글로벌 생산공장의 신·증설과 안정적 운영, 북미 지역 내 판매 확대 등을 통해 전년 대비 25~3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속적인 원가 개선과 제품 경쟁력 차별화 등을 통해 영업이익률도 개선해 나갈 것이다. 한 자리수 중·후반대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P5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을 높이고, 46파이 배터리와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준비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손 미카엘 삼성SDI 부사장은 "현재 천안 사업장에 투자를 진행 중인 46파이 라인은 상반기 설비 셋업을 마치고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라며 "당사 강점인 하이니켈 NCA 양극재와 SCN 음극재 기술을 적용해 용량을 극대화하고, 품질 측면에서도 당사 경쟁력을 그대로 유지해 동종 업체와 차별화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SK온도 차세대 배터리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K온은 올해 초 열린 ‘CES 2023’에서 전고체 배터리 개발사인 미국의 솔리드파워와 함께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선보이는 등 반등을 위한 준비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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