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한지 5년 여가 지났다. 현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세 곳의 공통점은 ‘테크'에 기반을 둔 은행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모바일 앱과 온라인 서비스에 집중, 고객을 모집한다. 시중은행 역시 이에 맞서 올해 디지털 전략을 촘촘히 세운 상황. 이들 인터넷 전문은행이 올해 어떤 디지털 전략을 가지고 있을지, 각사의 기술 및 보안을 책임지는 총괄임원과 이야기 나눠봤다. [편집자주]

박준하 토스뱅크 테크놀로지 헤드(Head of Technology)

"다양한 앱을 선보인다 해도, 토스의 금융 서비스는 지금처럼 쉽게 쓸 수 있는 모습이었을 겁니다."

현재 많은 금융사가 뱅킹, 결제, 증권, 투자, 기업금융, 보험 등 다양한 종류의 앱을 갖춰놓고 그 수 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너무 많다보니 이를 약식화했다며 미니라는 통합 앱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토스뱅크는 반대다. 토스 모바일 한 앱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가짓수가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고객이 꼭 필요로 하는 서비스만 있으면 된다’는 게 토스뱅크의 생각이다. 토스뱅크에서 디지털 혁신을 총괄하는 박준하(사진) 테크놀로지 헤드(Head of Technology)는 "간결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최대한 없앨 수 있는 것들을 과감히 없애는 시도를 하는 게 토스뱅크의 중심 철학"이라고 말한다.

토스뱅크는 2021년 10월 출범한 인터넷 전문은행의 막내다. 하지만 이미 모바일 금융의 기준으로 자리잡은 토스가 토스뱅크의 영향력 확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토스 앱 기준 1427만명에 달했다. 상반기 은행·뱅킹 서비스 앱 가운데 1위다. 이중 토스뱅크의 가입자 수는 570만명을 헤아린다.


토스뱅크가 토스 앱에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일종의 혁신으로 불릴 법하다. 그동안 여러 앱을 설치해야 했던 소비자 불편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얼마전부터 앱 고도화 정책 중 하나로 내세운 ‘원앱(one-app)’ 전략의 시초이기도 하다.

이런 전략의 중심에는 출범 준비단계부터 토스뱅크와 함께 한 박준하 헤드가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부터 모회사 토스와 마찬가지로 임원에게 책임자를 지칭하는 C레벨 호칭을 뗐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직급을 없애고 직책을 강조하기로 한 것. 박준하 테크놀로지 헤드로부터 올해 토스뱅크의 전반적인 기술 및 보안 전략과 디지털 금융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대표 앱 전략으로 원앱 방식을 추구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당연히 고객 경험을 위해서다. 이미 토스 앱을 쓰고 있는 많은 고객이 있다. 이들에게 토스뱅크를 새로 출시했으니 새로운 앱을 설치하라고 하면 아마도 매우 많은 고객이 설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 원앱 방식인데 업데이트 진행시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어떻게 가능한가.

"무중단 서비스이기에 가능하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일부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때, 고객이 다른 서비스를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기능을 개선하거나 서비스를 업데이트 할 때도 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고객 요청을 처리하는 서버와 별개로 신규 기능을 넣은 서버를 따로 준비해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서비스를 업데이트할 때 고객 트래픽 중 일부를 신규 서버로 천천히 옮긴다. 전체 트래픽이 옮겨간 이후에도 문제가 없다고 하면 기존 서버를 중단한다. 이런 과정을 새 버전 배포 때마다 반복하는 것이다."


― 토스뱅크 출범 멤버 중 하나다. 당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디지털 혁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IT기술 중심의 은행이라는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부에 실력있는 개발자들이 있었다. 여기에 변화에 유연한 구조를 가진 시스템만 있다면 어느 곳보다도 고객 중심 서비스를 최고로 잘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 올해 토스뱅크의 핵심과제는 뭔가.

"현재 토스뱅크 안에서 다수 내부 개발자가 안전성과 유연성을 위해 개선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출범 당시 여러 시스템의 중간 연계를 위한 솔루션, 문서관리 체계나 대외 관계, 컴플라이언스 등 부문에서 시중은행이 사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 데이터의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시스템인 계정계를 시중은행에서 가져와 구축한 것이다.

다만 타행 계정계를 도입하다보니 토스뱅크 내부 개발자가 직접 수정하기 어려워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경우가 있다. 이제는 기술의 내재화에 집중해 계정계를 내부 기술로 수정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고 한다."

― 자체 신용평가모형인 토스 스코어링 시스템(TSS)을 도입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신용은 어떤 식으로 평가되나.

"대출 영업을 한지 10개월만에 여신잔액이 8조원을 돌파했고, 이 중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40%를 넘고 있다. 중저신용 고객을 위한 가계 대출 규모만 2조7000억원에 달했다. 중저신용자 신용평가에 필요한 데이터는 ▲타 금융권 신용 데이터·계좌정보 ▲카드정보 ▲자영업자 매출정보 등을 이용하고 있다."

― 리스크 관리가 중요할 듯하다. TSS에서 주요 비중을 두는 핵심 지표는 어떤 것인가.

"일반적으로 은행에서 관리하는 건전성 지표는 연체율, 부도율, 고정이하여신비율 등이다. 토스뱅크 역시 지금까지 이런 지표를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다. 예상 수준을 벗어날 경우 손실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 해당 지표들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비법이 있나.

"사업을 계획할 때 여러 건전성 지표를 고려해 대출 사업 계획을 수립한다. 대출 리스크 관리에서는 지표도 지표지만, 이것이 예상 수준으로 잘 컨트롤 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관련 팀에서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며 관리하고 있다.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여신환경이 위축됨에 따라 더욱 세심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 지난해 금융권의 대규모 횡령사건으로 인해, 내부통제가 이슈다. 올해도 내부통제 미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다. 토스뱅크는 어떠한가.

"토스뱅크가 제공하는 대부분 서비스에 사람이 직접 관여해 처리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 계좌 개설, 대출 실행 등 다수 서비스가 자동화된 시스템에 의해 작동한다. 따라서 사람이 관여하는 부분에서 발생하는 내부통제 미비 영역도 굉장히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내부 시스템 접근에 있어서는 데이터베이스 접근, 서버 접근, 내부 시스템 접근 등을 통제하기 위한 여러 솔루션을 마련, 엄격하게 권한을 관리하고 통제하고 있다."


☞ 박준하 헤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 수료. 2002년 창신소프트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04년 네이버에 합류해 유저 분석 시스템과 메인 페이지, 부동산 서비스 개발을 담당했다. 2012년 매드스마트 팀장, 2013년 파이낸시스 이사와 열두시 개발 총괄 이사를 역임했다. 2015년 플레이독소프트를 거쳐, 2017년 12월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 합류했다.

2019년 토스뱅크 전신인 토스혁신준비법인 최고기술책임자(CTO)였다. 토스뱅크 출범 이후 CTO·테크놀로지 헤드를 맡고 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