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대산 케이뱅크 테크(Tech) 본부장

"로그인 시간을 기존의 3분의 1까지 줄였습니다."

케이뱅크의 디지털 혁신을 총괄하는 차대산(사진) 케이뱅크 테크(Tech) 본부장은 "고객이 앱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속도"라며 이 같이 답했다.

창구에서 오프라인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기존 은행과 달리, 인터넷 전문은행은 모바일 앱을 통해 고객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의견을 수집한다. 그만큼 앱 고도화는 인터넷 전문은행들의 최대 과제. 케이뱅크 역시 고객이 앱을 더 빠르고, 편하게, 그리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앱 화면의 사용자 환경(UI) 구성 자체를 바꾸는 작업이다. 개인 맞춤형에 집중해 보이는 기능을 간소화, 사용자 경험(UX)을 높이면서도 필요한 서비스만 제공하려다 보니 UI는 간소하게 구성했다. 이에 고객이 앱을 실행하고 로그인한 뒤 실제 첫 화면에 진입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는 설명이다.

국내최초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출범했다. 당시 은행권에서 ‘새로운 은행이 금융당국 인허가를 받은 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5년만의 일’이라는 점이 회자되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고객 수는 800만명 수준.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61만명이다.

차대산 본부장은 2021년 케이뱅크에 합류해 전체 직원 중 약 40% 이상을 차지하는 테크 본부의 수장을 맡고 있다. IT 업무 전반을 수행하는 테크 본부에서 그가 생각하는 케이뱅크 디지털 전략의 강점은 무엇이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쏟고 있을까.

다음은 일문일답.


― 사용자 환경과 경험(UI·UX)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고객 편의성이 늘 첫 번째 고려 요소다. 최근에는 UI와 같은 눈에 보이는 영역들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의 개선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고객이 접하는 앱 화면(UI)은 작지만 수많은 요소가 복잡하게 얽힌 구조로 이뤄져있다. 이들을 유기적으로 구성해 개선하는 것이 고객의 사용 편의성이나 서비스 완성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 평소 UI·UX 개선을 위해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

"앱을 개편해 시각적 직관성과 일관성을 높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UI·UX 요소의 기본원칙과 컴포넌트, 적용 방법 등을 정리해 놓은 가이드라인 ‘케이뱅크 디자인 시스템(Kbank Design System)’이 UI·UX 품질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비금융권 등 외부업체와 다양한 협력을 맺고 있다. 어떤 기업이 있고, 이들과 협력한 이유는 무엇인가.

"당근마켓과 동행복권, KT 등 비금융권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업비트, 카카오페이, 삼성증권, 비씨카드 등 금융 파트너사와도 협력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군에 속한 업체들과 협업·제휴를 기반으로 개방형 비즈니스를 모색하고자 한다."


케이뱅크 을지로 사옥. / 케이뱅크
케이뱅크 을지로 사옥. / 케이뱅크
개방형 비즈니스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케이뱅크는 서비스형 뱅킹(BaaS·Banking-as-a-Service) 플랫폼을 지향한다. 제휴한 비금융 업체에 케이뱅크의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업비트에 입출금 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삼성증권에 제휴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서비스 확장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오픈 에코시스템(Open Ecosystem)이라는 생태계 구축이다. 기존 은행이 전통 고객 채널인 점포를 운영했다면, 오픈 에코 시스템에서는 다양한 기기와 앱 등으로 고객에게 다변화된 채널을 제공한다. 결국 상품·서비스 외에도 기능과 데이터를 연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태계를 일컫는다. 협업 기업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공유 받아 케이뱅크 고객에게 더 고도화된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개인 맞춤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점이 있다면.

"쇼핑 앱에서 고객 취향에 맞게 상품을 추천하듯, 케이뱅크도 고객에게 최적화된 알림·추천 상품·서비스 등을 우선적으로 제안해 실용적인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빅데이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MLOps·Machine Learning Operations)에 기반해 앱을 이용하는 고객의 선호도, 체류 시간 등 행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분석한다."

― 빅데이터 기반의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강화된 서비스에는 어떤 것이 있나.

"개인 고객 취향에 맞춘 정보를 제공하는 똑똑한 앱으로 탈바꿈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 빅데이터 기반의 실시간·개인화 분석으로 고객 요구에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 제공한다. 상품과 서비스를 모아놓은 ‘추천 탭’에서도 고객별 최적화를 적용했다.

상품이나 서비스, 이벤트 중에서 최근 고객 관심도가 높았고 필요하다고 분석된 내용이 제일 먼저 노출된다. 또 앱 첫 화면 상단의 ‘알림창’은 개인 맞춤형 정보를 시의적절하게 보여준다. 예적금 만기, 카드 재발급, 대출 연장 등 고객이 놓치기 쉬운 알림은 물론 월급 입금, 생일 축하 등 중요한 최근 소식도 알려준다."

― 맞춤형 서비스 강화를 위해 빅데이터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무엇이 달라졌나.

"고객이 빠르게 늘면서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했다. 이때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신속하고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해 클라우드 전환을 결정했다. 클라우드 방식은 필요한 자원을 원하는 만큼만 네트워크상에서 사용한다. 자원의 무제한에 가까운 사용이 가능해 비정형 데이터를 대량으로 분석할 때 신속하고 원활한 대응이 가능하면서도 사용량만큼만 비용을 부담하면 돼 효율적이다.

케이뱅크는 앞서 말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금융 앱 사용 로그, 상담이력 대량 로그 등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하고 있다. 클라우드로 시스템을 전환하면서 개별 고객의 행동 패턴과 요구를 더 정확하게 반영한 앱 UI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신용평가의 신속성을 높이고, 개인 맞춤형 신상품 출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난해 5월 개인 맞춤형 기능을 강화해 새롭게 선보인 케이뱅크 앱 첫 화면. / 케이뱅크
지난해 5월 개인 맞춤형 기능을 강화해 새롭게 선보인 케이뱅크 앱 첫 화면. / 케이뱅크
― 지난해 2월 IT센터를 목동으로 이전하며 업계 최초로 ‘애자일 방식’을 채택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애자일 방식은 서비스 중단 기간이 짧고, 센터를 이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주요 단위 시스템과 회선·보안 인프라 부문을 먼저 이전하고, 주요 시스템을 빠른 시간동안 한 번에 이전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자면 단계적으로 이전할 장비를 분류해 어떻게 이전할 것인지 확정하고 주중 야간이나 주말에 장비를 이전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이를 통해 업권 최단 기간인 2달 만에 서비스 중인 IT센터를 이전하는 작업에 성공했다."

― IT 서비스 강화를 위해 추가적으로 집중하는 부분이 있나.

"다양한 IT 서비스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하도록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있다. 그 중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를 혼합한 형태인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지향한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와의 연계가 필수다.

목동 IT센터 이전을 통해 멀티 클라우드 사업자와 연계할 수 있는 기반 인프라(Connected Hub Network)를 마련했다. 현재는 AWS, 애저(Azure) 등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 연계하고 있다. 향후 더욱 다양한 클라우드 플랫폼과 연계하도록 확장할 계획이다."


☞ 차대산 본부장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2011년 EY한영 금융사업부 상무, 2015년 AT커니 디지털 그룹 어소시에이트 파트너(Digital Group Associate Partner), 2017년 SC제일은행 정보시스템운영부 이사대우를 역임했다. 2021년 케이뱅크에 합류, 현재 테크(Tech) 본부장을 맡고 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