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3년 넘게 지속해온 감염병 방역체재가 속속 완화되면서 코로나를 계절성 감기처럼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올해부터 실내마스크 해제 등 일상 회복을 위한 큰 변화들이 일어났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비롯해 병원·약국과 같은 의료기관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유지된 상태이며, 코로나19 확진시 7일 의무격리 사항 역시 지속되고 있어 언제쯤 완벽히 자유로운 일상을 되찾을 지 여부가 주목된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 한 상점에서 마스크를 할인 판매하는 모습. / 뉴스1
서울 중구 명동거리 한 상점에서 마스크를 할인 판매하는 모습. / 뉴스1
의료계에 따르면 봄이 완연해지는 5월이면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체계를 완전히 끝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세계보건기구(WHO)는 당분간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유지하되 올해 안에 팬데믹 해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WHO는 분기마다 PHEIC 유지 여부를 새로 판단하는 만큼 코로나19에 내려진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는 최소한 3개월 더 유지될 예정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이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대유행의 변곡점에 접근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감염, 백신 접종에 따른 더 높은 수준의 인구 면역이 달성돼야 한다"며 "올해 안에 중증화 입원과 사망자가 최저 수준까지 낮아지는 새로운 단계로 전환될 수 있다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 보건복지부는 5월 11일까지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90일간 추가 연장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2020년 3월부터 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해 90일 단위로 연장해 왔다.

당초 미국 공화당은 즉각적인 비상사태 종료를 주장했지만 정부는 종료전 60일 이전에 고지해야 한다는 점을 들며, 사실상 5월 종료를 암시했다. 현재 미국은 코로나로 인한 어떤 개인 규제를 가하고 있지 않아 비상사태 종료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일본은 5월 8일부터 현재 시행 중인 감염법상 2류의 대응 태세를 5류로 하향 조정한다. 이로써 일본도 5월 이후부터 마스크 착용이 권고로 변하고, 코로나19에 대한 통상적인 의료 대응만 남게 된다.

한국도 5월부터 완전한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가 시작될 예정이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아마 마스크 해제 2단계, 즉 우리가 의무적으로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때는 5월 정도면 충분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모든 논의는 위원회 또는 각 본부를 중심으로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7일 의무격리 해제는 이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정 단장은 의료체계를 코로나19 이전 일반의료 체계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올해 동절기가 시작되는 10~11월에는 완전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1월 30일부터 시행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가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좀 더 실효성 있는 완화 대책이 추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하철의 경우 플랫폼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권고 수준이지만 열차에 탑승하면 의무 착용이 적용된다.

약국의 경우 방침상 마스크 의무 착용 적용 대상 지역이지만 대형 마트 등 개방형 실내 공간에 위치한 약국에선 마스크 착용 권고에 해당한다. 통학차량 역시 의무 착용 대상이지만 영유아 통학차량에서는 권고 사항으로 적용된다.

이렇듯 명확한 기준보다 미세한 상황에 따라 마스크 의무 착용 여부가 달라지면서 일부 시민들은 형식만 갖춘 방역 지침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직장인 A씨(32세)는 "대중교통 이용이 잦은 업무환경에서 이동 때마다 마스크를 벗고 쓰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이런식의 마스크 규제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사람들이 대화를 많이하는 카페나 식당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데, 대중교통만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방역대책은 상당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한 감염병 전문의는 "아직 의료시설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꼭 필요한 대책이지만 대중교통 의무 착용은 다소 근거가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며 "아마 정부는 일반 시민들이 출퇴근 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을 남기면서 일상생활 속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 아닌 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