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KT와 LG유플러스에서 회수한 5세대(5G) 통신용 28㎓ 주파수로 비즈니스에 나설 제4이통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신규 사업자는 각종 세제 혜택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파수 할당 대가 등 시장 진입을 위한 허들을 쉽게 넘을 수 있는 혜택을 갖게 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통신 시장은 통신3사 중심 체계로 고착화됐고, 사업자 간 품질·요금 등 경쟁은 정체된 상황이다"며 "이번 신규 사업자 진입 지원을 통해 우리 통신 시장에 차별화된 5G 서비스가 나오고, 경쟁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4이통 출범은 기업 간 경쟁을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인 만큼 정부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제4이통이 시장에 안착할 수만 있다면 일부 특혜를 주더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의 발표 시점이 아쉽다. 시장이 한창 성장하는 성숙기가 아닌 뜬금없는 시기에 제4이통 카드가 나왔다. 이미 먹을 것이 없는 통신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가 나올 수 있을까. 게다가 사업자 선정 후 빨라도 2~3년 후에나 서비스가 가능할 텐데, 그 때는 지금보다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제4이통 관련 논의는 이전에도 활발히 이뤄졌다. 정부는 2010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통신사 간 가격 경쟁을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제4이통 선정 심사를 진행했지만,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컨소시엄,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 컨소시엄, 세종텔레콤 등이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특히 LTE-TDD(데이터 송수신 시 같은 주파수 영역을 사용하는 방식)를 들고 나온 KMI는 7번이나 심사를 받았지만 사업권 획득에 실패했다.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특히 재무적 약점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KMI 관계자는 "제4이통 사업권을 받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정부 허가도 받지 않은 기업에 사업비부터 먼저 빌려주는 금융 기관 만나기가 어려웠다"며 "7년간 제4이통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업을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한 의지로 사업을 추진했던 사업자들도 다 떨어뜨렸던 정부가 이제와서 제4이통 출범 카드를 꺼내든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신규 사업자는 활용이 까다로운 28㎓ 주파수를 주력망으로 사용해야 한다. 미국 등 국외 사업자가 28㎓ 기반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맞지만, 한국처럼 빌딩이 밀집하거나 산이 많은 곳에서는 이용이 어렵다. 초고대역 주파수는 데이터 전송 속도는 저대역 대비 상대적으로 빠르지만, 회절성(주파수가 휘는 성격)이나 투과성(벽 등을 뚫고 지나가는 성격) 측면에서 취약하다. 미국 이통사가 핫스팟 중심으로 28㎓ 기반 5G 통신망을 구축한 것은 이런 이유를 고려한 것이다. 전국망 구축은 언감생심이다.

과기정통부가 제4이통 사업자 출범 시 망 구축 의무를 축소하겠다고는 했지만, 고객이 원하는 곳에서 자신이 가입한 통신사의 5G 네트워크를 쓰지 못할 경우 가만히 있을까. 다른 이통사의 통신망을 잠시 빌려쓰는 상호접속 등 협약 체결을 돕겠다고는 하지만, 몇 년이나 이런 혜택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4이통이 출범할 경우 빠른 가입자 확보가 중요한데, 이 역시 어려운 일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2022년 11월 말 기준 7685만 6976명이다. 한국 전체 인구 수(5155만 8034명)보다 통신 가입자 수가 더 많다. 기간통신사업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 확보에 나선 알뜰폰 사업자의 11년 사업 결과물이 가입자 1263만 8794명(16.4%)이다. 세제 혜택과 도매대가 인하 등 정책이 뒤따랐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

모든 일에는 적절한 시기라는 게 있다. 정부는 공중에 붕 뜬 28㎓ 주파수를 이동통신 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복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할 28㎓ 주파수 기반 5G 사업자 출범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차라리 10년 전 제4이통을 출범시켰더라면 통신 시장이 지금보다 더 활발한 경쟁시장으로 자리잡지 않았을까. 정부의 제4이통 정책이 아쉽다.

이진 디지털인프라부장 jin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