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품은 기술의 집약체이면서 기술 진보의 바로미터였습니다. 고가이지만 하나쯤 가지고 있는 필수 전자제품에 가까웠습니다."
다름아닌 디지털카메라를 일컫습니다. 스마트폰을 설명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물론 아주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스마트폰에게 시장을 빼앗긴 분야이니까요.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해마다 규모를 키워갔습니다.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2000년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은 1000만대 수준이었는데, 2008년에는 1억 대를 돌파했고, 2010년에는 1억2000만대가 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성장은 당연했습니다. 인터넷 문화가 자리잡고 있던 시기였고, 이미지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자신을 알리는 등 활동이 활발해졌습니다. 특히 2000년대 인터넷 문화를 상징하던 미니홈피 ‘싸이월드’는 가방에 디지털카메라 한 대 쯤 필수로 넣고 다니게 했죠.
전자제품 만들던 기업에게 디지털카메라는 정말 매력적인 시장이었죠. 그런데 진입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카메라는 기술의 집약체였기 때문이죠. 렌즈 만드는 광학 기술도 힘든데, 이미지센서 기술도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있다해도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캐논, 니콘은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전세계 카메라 산업을 대표하는 브랜드였습니다. 소니는 이미지센서 부문에서는 전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DSLR을 제외한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는 캐논, 니콘을 앞서고 있었습니다. 이 세 기업이 이끌고 있는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철옹성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광학 및 카메라 분야 명가이면서 역사 있는 기업들이 나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올림푸스, 파나소닉, 펜탁스, 후지필름 등이 있었죠.
소니는 그 덕에 3위에서 2위까지 올라옵니다. 참고로 현재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양대산맥은 캐논과 소니로, 2021년 기준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캐논이 45%, 소니가 27%였습니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정점은 2010년이었습니다. 이후부터 시장 규모는 급격히 줄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스마트폰이죠. 2008년 아이폰, 2010년 갤럭시 S가 출시된 후 사람들은 디지털카메라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CIPA에 따르면 2015년 출하량은 약 3500만대로, 5년 전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삼성이 이듬해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사업을 철수하고 이미지센서에만 집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시장 규모는 더 작아졌습니다. 2020년 출하량이 800만대 수준인데, 10년 만에 10분의 1 이상으로 쪼그라든 시장도 찾아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여전히 ‘캐논, 니콘, 소니의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매거진 기사의 예상이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네요. ‘치열한 삼파전이 예상된다’는 맞았지만 ‘앞으로 시장이 더 커진다’는 10000% 틀렸네요.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