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형 디지털자산인 ‘증권형 토큰(STO)’에 대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금융위원회는 6일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자본시장법상 토큰 증권의 증권성 판단 원칙과 발행 및 유통 규율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내놓은’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제시를 시작으로 금융위가 증권형 토큰의 자본시장 규율 포섭을 준비한지 1년여 만이다.

"토큰 증권, ‘코인’과 근본적으로 달라"

금융위는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와 함께 기존에 쓰이던 ‘증권형 토큰’ 용어 대신 이를 ‘토큰 증권’이라 공식 명명했다. 용어의 초점을 ‘토큰’이 아닌 ‘증권’에 두고, 가상자산(디지털자산)과 구분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토큰 증권이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 한 것을 의미한다. 금융위는 그간 실물증서, 전자 증권 형태의 발행 방식만을 허용했으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발행이 추가된 것이다.

발행되는 토큰이 증권인지에 대한 판단 여부는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의 정의와 요건에 따라 결정된다. 투자계약증권의 주요 요건은 ▲2인 이상의 공동사업 ▲금전(재산) 투자 ▲타인(발행인)의 노력 등이다.

하지만 ‘토큰 증권’ 이라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전자증권 혹은 실물유가증권을 먼저 발행해야 한다. 현행 전자증권법상에서는 증권이 장부상 기록 형태로만 이전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토큰과 1:1로 매칭될 증권을 우선 발행한 뒤 이를 토큰화 해야 한다.

발행, 증권사만 가능…"전자증권법 개정으로 다른 사업자에게도 개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토큰 증권의 발행은 증권사만이 가능하다. 현행 전자증권법상 토큰 증권 역시 실물 증권의 발행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계좌관리기관인 증권사와의 협업이 필수다.

다만 전자증권법 개정 이후에는 요건을 충족한 다른 사업들자의 진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금융위는 향후 전자증권법 개정을 통해 토큰 증권 또한 전자증권 형태로 규정할 예정이라 밝혔다.

토큰 증권 거래를 위해 장외거래중개업도 인가한다. 대규모 거래는 한국거래소(KRX) 디지털 증권시장을 개설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되, 다양한 수요와 소규모 거래를 위한 장외시장 개설을 허가한다.

한편, 한 사업자가 토큰 증권의 발행과 유통, 중개를 모두 할수는 없다. 금융위는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한 사업자가 발행과 유통을 동시에 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밝혔다.

토큰증권의 발행 및 유통체계/금융위원회
토큰증권의 발행 및 유통체계/금융위원회
가상자산 거래소 ‘무더기 상폐’는 기우

업계에서 주목하는 또다른 문제는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가상자산들의 증권성 여부다. 다만 업계의 우려처럼 토큰 증권으로 판단된 가상자산들의 동시다발적인 상장폐지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해당 토큰의 증권 여부는 이해관계인들이 자율적으로 점검해야 하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별 가상자산 프로젝트와 거래소가 법 위반 여부를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향후 수 년간 업계와 소통을 통해 토큰의 증권성 여부를 검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공동 협의체인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 역시 토큰의 증권성을 자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해당할 경우 거래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밝혔다.

당국은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토큰 증권의 수는 적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위는 향후 이미 유통되는 토큰이 증권으로 판명날 경우 거래가 중단되더라도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규율 체계를 정립한다는 방침이다.

정지열 프로비트 AML(자금세탁방지) 이사는 "대다수 거래소들은 상장시 증권성 없음에 대한 법률 의견서를 징구해 왔다"며 "법조계에서는 이미 비증권성 의견서를 생산한 만큼 향후 개별 사안의 법정 다툼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