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사이퍼(Decipher): 난해한 문장의 뜻을 판독하다. 암호를 해독하다.

금융당국이 3일 ‘토큰 증권 발행, 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이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증권성을 가진 가상자산에 대해 법률적 규율의 방향과 내용을 담은 최초의 가이드라인이다.

가이드라인은 ‘토큰 증권’을 전자증권법상 증권 발행의 한 형태로 수용하고, 이를 등록·관리하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을 도입하며, 투자계약증권 및 수익증권에 대한 장외거래중개업을 신설하는 것을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 한다.

블록체인 등 분산원장을 이용한 가상자산을 법률적으로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었는데, 이러한 논의의 가장 큰 공통점은, "증권적 성격을 가진 가상자산은 각국의 증권법에 따라, 증권적 성격이 없는 가상자산은 별도의 규범으로 관리한다"는 것이었다.

증권인 가상자산의 제도화를 두고, 각국의 증권법에 따라 공모 규제를 따르게 하는 일반적인 사례 외에, 일본의 경우와 같이 기존의 금융상품거래법을 개정하여 적용한 사례, 그리고 독일의 경우와 같이 2021년 전자유가증권법 입법을 통해 전자유가증권에 분산원장의 방식으로 관리되는 유가증권을 포함하는 사례 등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2019년 전자증권법의 시행을 통해 증권의 무권화(無券化, 실물증권의 발행 없이 장부상 기록만으로 증권의 발행 및 유통이 이루어지는 것)를 상당 부분 달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전자증권법에 토큰 증권을 포함시키는 형태로 독일과 유사한 형태의 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전자증권법에서는 전자등록계좌부에 증권에 대한 발생, 변경, 소멸에 대한 정보를 기재하고 이 기재에 법률적 효력을 부여하는데, 가이드라인에서는 이 ‘전자등록계좌부에의 기재, 대체 방식으로 분산원장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상자산에 대해 어떠한 규율을 적용할지에 대해 언급이 없었던 금융당국이 최초로 많은 고민 끝에 토큰 증권의 제도화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가이드라인은 큰 의미가 있고, 앞으로의 구체화에 따라 많은 성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우려가 있다.

첫째, 증권인 가상자산의 합법화는 먼저 가상자산에 대한 규범을 정립하고 다음 단계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상자산 규제의 첫 단추인 가상자산에 대한 규범을 정립하지 않은 상황에서 토큰 증권의 제도화 논의가 먼저 나오고 있다. 물론 가이드라인에서도 국회에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따라 가상자산 규율체계가 마련될 것을 예정하고 있으나, 현재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루 빨리 가상자산에 대한 전체적인 규율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규제의 전체적인 정합성 측면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가이드라인은 토큰 증권 제도화의 큰 틀만 잡아 놓은 것으로 시장참여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지침이 없다. 이에 따를 경우 시장참여자는 올해 상반기 법안들이 제출, 시행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제한적인 샌드박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 전이라도 시장참여자들이 미리 제도화를 준비할 수 있는 창구를 다양하게 넓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가이드라인은 현재의 소액공모 한도를 30억원으로 상향하고, 최대 100억원 한도의 소액공모(Tier 2)를 도입하는데, 이경우 사실상 소액공모를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 토큰 증권 제도화에 대한 국제적인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와 같이 사실상 소액공모만을 인정하는 경우 규모의 왜소화에 따른 시장 위축이 우려된다. 제도화를 하는 김에, 일반공모에 있어서도 분산원장 등에 대한 기술평가를 통해 요건을 완화하거나, 소액공모의 한도를 보다 늘리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넷째, 토큰 증권의 상장시장을 한국거래소로 제한한 것은 과도한 제한으로 보인다. 일정한 요건 하에 토큰 증권의 상장시장을 다양화하여 서로 경쟁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섯째, 토큰 증권이라는 이름의 문제다. 지금까지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이를 굳이 ‘토큰 증권’이라고 수용한 것은 아마도 이를 전자증권법상 전자증권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위한 취지로 추측된다. 그런데 ‘토큰’이라는 용어는 법률적인 용어가 아니고, 기술적으로도 명확하지 않으며, 이미 특금법 개정 이후 ‘가상자산’이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한 점을 고려하면, 법률적인 용어로는 ‘토큰 증권’보다 ‘가상자산형 증권’ 또는 ‘분산원장 증권’이라는 표현이 적정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금융당국의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로,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으로 토큰 증권에 대한 규범이 준비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어떠한 편견이나 두려움 없이, 미래의 증권시장을 준비하는 백년대계의 자세로 구체적인 규범들을 정립해 줄 것을 기대한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 변호사 jhcho@dcodelaw.com
법무법인 세종 등에서 기업, 부동산 자문과 거래를 18년간 담당했다. 여러 IT기업들과 스타트업을 대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테크놀러지법 분야를 개척해온 변호사다. 현재 법무법인 디코드(D.CODE)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