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of Commerce, 인간·AI가 공존하는 미래형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

쿠팡이 대구FC(풀필먼트센터)를 소개하며 내세운 문구다. 대구FC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에 축구장 46개 크기,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로 지어졌다. 아시아권역에서도 최대 규모에 속한다.

쿠팡은 32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대구FC를 짓고 최첨단 자동화 장비들을 구축했다. 쿠팡이 대구FC에 처음 도입한 최첨단 장비와 기기들은 다른 지역의 물류센터에도 순차 적용될 예정이다.

쿠팡 대구FC 전경. / 쿠팡
쿠팡 대구FC 전경. / 쿠팡
쿠팡이 대구FC를 설립한 이유는 보다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작업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대구FC는 대구를 비롯한 남부권역의 상품 보관부터 출고까지 책임진다.

쿠팡은 대구FC를 시작으로 전국 물류센터에 최첨단 물류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일 쿠팡의 최첨단 물류기지인 대구FC를 방문했다.

"로켓배송이 만든 ‘엔드 투 엔드’ 물류혁신…차별화된 경험 제공"

쿠팡이 ‘로켓배송’과 같은 빠른 배송 서비스가 가능했던 이유는 상품 매입부터 배송까지의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강정훈 쿠팡 풀필먼트서비스 전무(South Region Director)는 쿠팡의 ‘엔드 투 엔드’(E2E) 물류 혁신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강정훈 전무는 "인공지능과 자동화 로봇기술이 집약된 최첨단 물류 인프라가 큰 역할을 한다"면서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들은 고객이 주문하고 배송받기까지 7~8단계를 거치지만, 쿠팡의 로켓배송은 기존의 물류보다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배송까지의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줄였다"고 말했다.

이어 "수년간 엔드 투 엔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6조2000억원을 투자했다"며 "AI 기반의 혁신적인 운영 시스템을 통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전무는 대구FC를 통한 지역 상생 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대구FC를 통해 2500여명을 직고용, 1만여명을 간접 고용할 수 있으며, 쿠팡에 입점한 대구 지역 소상공인 업체 7000여곳은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무인 운반 로봇’ 통해 분류·집품 자동화

먼저 방문한 곳은 7층으로, 수백 대의 ‘AGV(Automated Guided Vehicles, 무인운반차)’가 상품을 옮기고 분류해주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로봇이 수백 개 상품이 진열된 선반을 들어 바닥에 부착된 QR코드를 따라 이동한다. AGV에게 상품을 전달받은 작업자는 바구니에 분류 후 자동화 포장 기기인 ‘오토 배거(Auto Bagger)’를 통해 포장하는 작업을 한다. 그 후엔 다른 작업자가 상품을 다시 받아 전산 작업을 통해 상품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 후 다시 진열하는 작업을 한다.

AGV는 7층과 9층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그 수는 1000여대 이상이다.

AGV가 수백 개의 상품이 담긴 선반을 운반하고 있다. / 황혜빈 기자
AGV가 수백 개의 상품이 담긴 선반을 운반하고 있다. / 황혜빈 기자
AGV가 들 수 있는 최대 무게는 1000㎏가량이다. AGV를 통해 전체 업무 단계를 65% 줄이고 평균 2분 내에 수백 개 상품이 진열된 선반을 작업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이 같은 자동화 시스템은 공휴일을 포함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풀가동된다.

쿠팡 관계자는 "발주 단계에서부터 진열·집품을 거쳐 분류작업까지 상품 정보를 확인하게 되기 때문에 상품이 잘못 배송될 확률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1톤 이상도 거뜬…QR코드로 무인 지게차가 안전하게 물품 이동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5층이다. 특히 이 곳은 가로 350m, 세로 160m 규모로 쿠팡 물류센터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이었다. 주로 다른 지역의 물류센터에 재고가 부족할 때 대신 출고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작업대에서 운반할 상품을 놔두면 무인 지게차가 와서 옮긴다. / 황혜빈 기자
작업대에서 운반할 상품을 놔두면 무인 지게차가 와서 옮긴다. / 황혜빈 기자
이 곳에 위치한 수십 대의 무인 지게차는 업체로부터 입고 받은 상품을 정해진 위치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작업자가 작업대에 입고된 상품을 놓고 버튼을 누르면, 무인 지게차가 상품을 옮긴다. 곳곳에 위치한 기둥 위쪽의 QR코드를 통해 실시간 위치 인식이 가능한 덕분이다. 1톤 이상의 대용량 상품도 운반이 가능하다.

작업 공간에서의 사고 발생률도 최대한 낮췄다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무인 지게차와 작업자는 펜스로 완전히 분리돼 있다. 또한, 이곳에는 무인 지게차를 비롯한 장비들을 관리하는 전문 인력이 상주해있다. 혹시 모를 비상 상황에 대비해 여러 개의 비상 탈출구도 마련해놨다.

물류센터 내에는 멀리서도 비상 탈출구 표시를 볼 수 있도록 기둥을 색깔별로 구분해놨다. 빨간색 기둥이 소화전이 위치한 곳이고, 녹색 기둥 쪽이 엘리베이터 및 비상 계단이 있는 곳이다.

상품 분류 척척…똑똑한 ‘소팅봇’

마지막으로 방문한 1층에서는 수백 대의 ‘소팅 봇(Sorting Bot)’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포장 완료된 상품들을 배송지로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자가 소팅 봇에 상품을 올려놓으면 부착된 스캐너가 바코드를 스캔해 상품 정보를 확인하고 QR코드를 통해 지정한 곳으로 이동한다. 소팅 봇은 AI시스템을 통해 최적의 동선을 예측해 상품을 작업대로 옮긴다.

소팅 봇들이 포장 완료된 상품을 분류 작업대로 옮기고 있다. / 황혜빈 기자
소팅 봇들이 포장 완료된 상품을 분류 작업대로 옮기고 있다. / 황혜빈 기자
소팅 봇이 상품을 작업대로 가져가면 작업자들이 상품을 배송지에 맞게 분류하는 작업을 한다. 쿠팡 측은 여기서 운영되는 수백 대의 소팅 봇을 통해 작업자의 업무량을 65%가량 단축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작업자들에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상품을 직접 분류했기에 많은 오류가 발생했지만, 이제는 상품 정보를 자동으로 스캔 후 소팅 봇이 분류해주기 때문에 오류 발생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쿠팡 대구FC에는 수백, 수천 대에 이르는 자동화 장비 및 기기들이 구축돼 있었지만, 작업자들의 모습은 많이 볼 수 없었다. 근로자가 있지 않아도 이미 입고부터 출고까지 가능할 만큼의 기술력이 확보돼 있기 때문에, 더 먼 미래에는 인력이 필요없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다만, 쿠팡 측은 자동화 기술 관리자 등을 새롭게 고용하게 되면서 인력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주변 지역상권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강 전무는 "쿠팡의 디지털 기술은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고용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기술에 대한 투자는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작업 강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면서 "더불어 물류산업이 노동 집약 기반에서, 기술과 사람이 공존하는 고부가가치 기술 집약 산업으로 향해 가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혜빈 기자 emp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