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 겸 총괄 프로듀서가 SM엔터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에 지분 9.05%를 매각하면서 발행한 신주, 전환사채를 문제로 지적하며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자칫 카카오가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판국이다. 업계가 이번 소송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가 2021년 온라인 중계로 진행된 SM타운 라이브 ‘컬처 휴머니티’ 콘서트에서 화상으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가 2021년 온라인 중계로 진행된 SM타운 라이브 ‘컬처 휴머니티’ 콘서트에서 화상으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7일 이수만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화우는"경영권 분쟁이 진행되는 상황에 SM 이사회가 제3자(카카오)에 신주,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히 상법과 정관을 위반하는 위법행위다"라며 "위법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통해 SM 이사회의 불법 시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SM 이사회는 2월 7일 오전 8시 30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에 제3자 배정방식으로 1119억원 규모의 신주와 1052억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했다. 카카오는 이날 결의된 신주, 전환사채를 2172억원에 인수하면 지분 9.05%를 획득하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문제는 카카오의 SM 지분 인수가 SM 경영권 분쟁 중 이뤄졌다는 점이다. 현재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경영권을 두고 다투고 있다.

얼라인 측은 SM의 지배구조로 인해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왔다. 특히 이수만 창업자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이 20여년 동안 매년 SM 총매출 6%를 프로듀싱 명목으로 받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SM은 결국 얼라인의 압박에 이수만 창업자와 프로듀싱 계약을 조기 종료했다. 또 2월 3일 발표한 사업전략 ‘SM 3.0’에서는 이수만 프로듀서를 제외한 멀티 프로듀싱 체제를 내세웠다. 이수만 창업자는 결국 SM의 경영일선에서 사실상 퇴진하게 됐다.

안상현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최대 주주의 대리인으로서 위법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8일 신청할 예정이다"라며 ""결의에 찬성한 이사 개인의 법적 책임은 준비되는 대로 진행하면서 이들에게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법원을 포함한 각급 법원의 여러 판례가 경영권 분쟁 중인 상황에서 제3자 대상 신주 발행에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승소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카카오는 당장 인수할 지분이 없게 된다. 이로 인해 카카오가 7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와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 체결한 3자간 업무협약도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카카오가 지분 투자를 조건으로 협약을 체결해서다.

카카오 관계자는 "SM엔터 내부 문제에 할 말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SM 측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