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와 포드가 최근 잇따라 전기차 가격 인하에 나섰다. 가격 인하 경쟁이 다른 완성차 업체로도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테슬라와 포드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는 국내 배터리 기업의 득실에도 관심이 쏠린다.

테슬라는 2022년 10월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처음 인하했다. 2023년에는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등에서 전기차 가격을 10% 이상 내렸다. 미국·유럽에서는 최대 20%까지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테슬라 모델3 / 테슬라
테슬라 모델3 / 테슬라
포드는 1월 30일(현지시각) 자사 대표 전기차 ‘머스탱 마하E’ 가격을 최대 8.8% 인하하며 맞대응했다.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경쟁 모델로 꼽히는 테슬라 모델Y와 비슷한 가격대로 맞추겠다는 의중이다. 포드는 2022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7.6%를 차지하며 단일 완성차 기준 테슬라(65%)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대륙의 테슬라’로 불리는 중국 샤오펑(Xpeng)도 700만~1000만원이 저렴해진 테슬라로 고객들이 대거 이동하는 모습에, 1월 17일 서둘러 주요 모델 가격을 최대 12.5% 내렸다.

잇따른 전기차 가격 인하 움직임에 배터리 업계의 영향도 불가피해 보인다. 배터리 판가 하락 압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1월 17일 증권가에선 많은 양의 재고가 쌓인 테슬라가 LG에너지솔루션에 배터리 발주 물량을 크게 줄였다는 ‘오더 컷’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4.7% 내렸다가 3일 만에 3% 반등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테슬라가 단가 인하를 압박하며 주문 물량을 대폭 줄였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와 협상을 통해 수주 물량을 회복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 움직임이 국내 배터리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1월 27일 콘퍼런스콜에서 "배터리 판가는 전기차 판가에 영향을 받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따라서 전기차 가격 인하에 따른 배터리 가격 인하는 제한적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전기차 ‘치킨게임’이 발발하는 것이 배터리 수주 확대에는 오히려 이점이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히는 비싼 가격이 해소되면 판매량이 늘어나 배터리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보조금 정책이 종료될 경우 완성차로부터 배터리 판가 하락 압박이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수요 확대라는 측면에서 보면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은 긍정적인 현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