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히려 인력을 보강했다. ‘반도체 불황’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처지에 놓였지만, 숙련된 인재 채용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키운다. 다가오는 업황 반등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전경(왼쪽)과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 각사
삼성전자 평택공장 전경(왼쪽)과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 각사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2022년 4분기 경기 침체에 따른 IT기기 수요 둔화 여파로 매출 하락과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인텔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7% 감소한 140억달러(17조원)를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7억달러(8849억원)에 달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작년 말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46.9% 하락했고, 6500만달러(8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국내 기업들도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부문의 2022년 4분기 영업이익은 2700억원으로 간신히 적자를 면했고, SK하이닉스는 2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는 기업의 움직임은 온도차가 크다. 해외 기업들은 연봉 삭감과 인력 감축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히려 두둑한 성과급까지 챙겨주며 내부 직원의 외부 이탈을 막았다. 인원을 정리하기 보다 경력직을 상시 채용한다.

인텔은 올해 감원과 사업 정리를 통해 30억달러(3조원)를 절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팻 겔싱어 CEO를 비롯해 고위 경영진과 중간 관리자의 보수가 각각 25%, 10%, 5%씩 삭감됐다. 구체적인 인력 감원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영업과 마케팅 근로자 20%쯤을 줄일 것으로 부넛ㄱ한다.

마이크론은 전체 직원의 10%를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12월 기준 마이크론에 근무하는 임직원 수는 4만 8000명쯤인데, 구조조정이 시행될 경우 단순 계산으로 4800명쯤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 니콘과 중국의 YMTC도 비슷한 상황이다. 2022년 실적 평가를 통해 전체 직원의 10%쯤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연봉의 50%, 41%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며 인재의 이탈을 막았다. 숙련된 인재 영입에도 나섰다. 삼성전자는 채용공고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DS부문에서 상시 공채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DS부문 경력직 채용’ 공고를 내고, 공정과 설계, 소프트웨어, 설비, 인프라 등 분야 경력사원을 모집 중이다. 구체적인 채용 규모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근무지가 삼성전자 DS 사업장이 위치한 화성, 기흥, 평택, 천안·온양 등인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초 다양한 부문에 걸쳐 상시채용을 진행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업황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은 위기 상황이지만, 투자를 지속해 인재를 확보하고 미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반도체 초미세공정 경쟁이 심화하면서 숙련된 인력 확보는 곧 기술력 강화로 이어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시황 약세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설비 재배치 등을 진행하고 미래 선단 로드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엔지니어링 런 비중을 확대 중이며 설비투자(CAPEX) 투자 내에서 연구개발(R&D) 항목 비중을 이전 대비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설비투자 전년 대비 50% 이상 축소 외 추가적인 투자 감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투자 축소로 인해 선단 테크 비중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 효율성을 높여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준비를 지속하고, 이를 통해 다가올 업턴에 대비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