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V 판매 전략이 변화를 보인다. LCD 기반 TV 일변도에서 미세하게나마 OLED로 기울어졌다. 이재용 회장은 3년 만에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했다. OLED가 삼성전자 TV 사업의 한 축으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삼성전자의 움직임에 대형 OLED 고객사를 찾는 LG디스플레이도 분주해졌다. 삼성이 OLED에 집중할 경우 LG디스플레이가 핵심 납품 업체 자리를 꿰찰 수 있다. 예상대로 삼성전자와 OLED 패널 거래와 관련한 물꼬를 틀 경우, 적자 늪에 빠진 LG디스플레이는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의 OLED TV 판매 전략을 예의주시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 사전판매에 돌입한 77인치 QD-OLED TV / 삼성전자 미국법인
삼성전자 사전판매에 돌입한 77인치 QD-OLED TV / 삼성전자 미국법인
10일 전자업계 발언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출시 1년을 맞아 라인업과 출시 지역 확장에 나섰다. 7일부터 북미에서 77인치 QD-OLED TV의 선주문을 받았다. 삼성 OLED TV는 북미 시장에서 기존 55·65인치에 77인치를 더해 3종 라인업을 갖췄다. 국내 소비자도 이르면 3월 QD-OLED TV를 만나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인 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3년 만에 아산 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아 QD-OLED 생산라인을 직접 둘러봤다. QD-O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서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다.

QD-OLED TV는 이른바 ‘이재용 TV’라고 불릴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재용 회장은 2019년 QD-OLED에 2025년까지 1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재까지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생산라인에 3조원쯤만 투입됐다. 향후 시장 수요에 따라 추가 투자 가능성이 열려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의 최근 OLED 힘싣기는 오래된 ‘떡밥’인 LG디스플레이와 패널 거래설을 재소환할 만한 이슈다. 올해 삼성전자의 QD-OLED TV 출하량 전망치가 130만대로 늘었지만, LCD 기반 TV가 여전히 수천만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규모다. 더 많은 OLED TV를 판매하려면 단기적으로는 LG디스플레이의 손을 잡아야하는 상황이다.

QD-OLED TV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경우,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화이트OLED(WOLED) 패널을 추가로 매입해 OLED TV 라인업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시장의 정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TV 전략의 중심이 ‘네오 QLED’라는 것은 올해도 같다. OLED TV 출시는 라인업 확장의 차원으로 봐달라"며 "LG디스플레이와 협상 가능성은 거래선 다변화 측면에서 지켜봐야 하며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현우 LG디스플레이 대형사업부장이 1월 4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LG디스플레이 신기술 설명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조선DB
이현우 LG디스플레이 대형사업부장이 1월 4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LG디스플레이 신기술 설명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조선DB
지지부진한 양사의 협상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만한 포인트는 또 있다. 올 초 신규선임된 이현우 LG디스플레이 대형사업부장(전무)의 역할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간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뚜렷한 수요 회복 신호가 나타나지 않은 올해도 1조원이 훌쩍 넘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현우 대형사업부장이 삼성전자와 OLED 패널 거래를 이끌어낸다면 대형 OLED 입지를 확대하는 동시에 LCD 출구 전략 가속화를 앞당길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하는 셈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LG디스플레이와의 OLED 거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한 부회장은 "M&A(인수합병)와 마찬가지로 시장이 어려울 때는 서로 소원해졌다가 다시 시작하는 단계다"라며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