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고 시대는 변화한다. 자연스레 우리 사회도 과거와는 상당히 바뀌었다. 예전에는 당연시 되던 것들은 이제 당연하지 않다. 구세대는 그렇게 신세대와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등장한 단어가 ‘요즘 애들’과 ‘꼰대’다. 그만큼 갈등은 커졌다. 하지만 옛 것을 존중하지 않고 새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갈등은 봉합할 수 없다. 서로를 이해하고 개선이 절실하다. 이에 IT조선은 계묘년을 맞아 변화하는 시대에 서로 공존할 수 있도록 ‘리멤버, 요즘 직장인’ 특집을 마련했다. 직장 내 세대별 특징과 갈등 상황, 원인분석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보다 나은 조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올바른 관리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산업계 전반에 ‘젊은 임원’이 늘고 있다. 직장인 3명 중 1명의 회사에는 젊은 임원이 존재한다. 젊은 임원은 1980년 출생자를 포함해 MZ세대가 주를 이룬다. 다만 임원이 젊어졌다는 게 꼭 좋지만은 않아 보인다. 다른 임원보다 나이가 어린 대신 많은 기대를 받는다는 점에서다. 부담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책임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다. 또 등기임원은 임기는 상법상 3년으로 정해져 있어 수명이 짧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젊은 임원은 존재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IT조선은 20대부터 50대 이상 직장인 304명을 대상으로 회사 내 젊은 임원 현황과 인식을 조사했다. 2030 MZ세대는 155명, 40대 이상은 149명이다. 이번 조사는 종합 비즈니스 플랫폼 리멤버의 리서치 서비스를 활용했다. 리멤버 리서치 서비스는 정교한 타깃 설문이 가능한 설문 서비스다.

MZ 70%, 젊어진 임원 "좋다"

이번 조사 결과, 직장인 3명 중 한 명(34%)은 젊은 임원과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젊은 임원 비율은 전체 임원 중 5% 미만인 곳이 52%로 가장 많았다. 5% 이상 10% 미만은 19%, 10% 이상 30% 미만은 15%다. MZ 임원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은 희귀한 셈이다.

‘젊은 임원’ 또는 ‘파격 인사’라는 말이 붙는 이유다. 실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그룹과 같은 대기업이 올해 30대 상무를 임명하자 ‘파격 인사’라며 주목을 받았다.

직장인들은 젊은 임원의 임명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응답자의 67%는 임원 평균 나이 감소를 좋게 봤다.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회사가 나이(연차)보다 성과를 더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라고 답변한 비중이 63%에 달했다. 이는 회사가 나이·경력보다 성과 중심으로 변하길 원하는 셈이다. 그 뒤를 이어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조직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돼서’가 28%였다. ‘나에게도 임원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선택한 사람은 0.5%뿐이다.

특히 젊은 임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연령을 가리지 않았다. 다만 MZ와 4050의 차이는 존재했다.

MZ 직장인 34%는 임원 평균 나이가 줄어들어 ‘좋은 현상이다’라고 응답했다. ‘잘 모르겠지만 평균 나이 감소는 좋다’를 선택한 이도 35%에 달했다. 10명 중 7명이 젊은 임원을 긍정적으로 생각한 셈이다. 반면 40대 이상 직장인 중 ‘좋은 현상이다’라고 답변한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이는 MZ 절반 수준이다. 가장 많은 답변은 ‘잘 모르겠지만 평균 나이 감소는 좋다’가 46%로 조사됐다.

젊은 임원 임명이 좋은건지 모르겠다고 한 사람은 26%, 회의적이라고 보는 이도 8%였다. 이들이 젊은 임원을 부정적으로 본 이유는 ‘경력이 짧아 업무 노하우가 부족할 것 같아서’가 29%로 가장 많았다. 또 25%는 ‘트렌드라고 보여주기식 임명 특혜를 받는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젊은 임원이 있어도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도 15%로 집계됐다. MZ 직장인 중 젊은 임원 임명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3%뿐이었다. 젊은 임원 임명을 부정적으로 보는 4050 직장인은 13%로 MZ보다 많았다.

MZ 53% "나도 가능"

MZ 직장인 2명 중 1명(53%)은 자신도 젊은 임원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 이유는 ‘이미 능력·성과를 입증하고 인정받아서’가 67%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 기타 의견(15%)에도 ‘미래 일은 모르기 때문이다’ 또는 ‘그렇게 되도록 하겠다’ 같은 긍정적 전망이 이어졌다.

다만 MZ 직장인은 회사가 여전히 경직돼 있거나 수직적 조직문화가 강하다고 느꼈다. MZ 직장인은 만약 임원이 된다면 어떤 변화를 주고 싶은지 묻는 주관식 질문에 소통 활성화,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 비합리·비효율적 문화 개선 등을 통해 성과 중심 기업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4050 직장인은 젊은 임원 비중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더 많았다. ‘현재 젊은 임원이 없으며 새로 임명하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한 사람이 50%에 달한다. 2위 ‘현재 젊은 임원이 있지만 비중을 유지할 것 같다’도 28%다.

젊은 임원을 확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이유로는 조직문화가 꼽혔다. 42%가 ‘회사는 젊은 임원을 늘리고 싶어하지만 젊은 임원을 수용할 조직문화가 아니어서’를 선택했다. ‘나이·호봉 순으로 승진하는 회사여서’가 22%로 뒤를 이었다.

"젊은 임원, 당신의 능력을 증명하세요"

정작 MZ 임원은 ‘젊은 임원’이라는 수식어를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임원과 다른 성과 압박을 받아서다. 회사뿐 아니라 동료 임직원이 젊은 임원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일반적으로 좋은 임원의 조건은 업무 전문성, 소통과 공감능력, 군림하지 않는 리더십, 좋은 판단력, 낡은 관행 타파, 유연한 사고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응답자의 43%는 젊은 임원에게 유독 능력과 성과를 증명하라고 했다. 업무 전문성과 좋은 판단력 등 성과를 동료 임직원에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젊은 임원이 없는 회사는 경험(연공서열)을 중시한다. 젊은 임원이 없는 회사 재직자의 51%는 회사가 ‘젊은 임원의 경험 부족이 드러나서’를 그 이유로 꼽았다. 기타 의견을 고른 사람도 26%다. 기타 의견으로는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회사여서’, ‘국내 정서와 맞지 않아서’, ‘승진해야 하는 사람이 많아서’가 주를 이뤘다.

한편 리멤버 리서치 서비스는 400만 현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전문가 인터뷰'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즈니스 프로필을 바탕으로 산업·직무·직급·회사·소재지·기업규모 등 원하는 조건의 대상자를 정교하게 타깃팅한 설문조사와 전문가 인터뷰 매칭이 가능하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