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앱 마켓 문제를 조사해 왔습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소비자 피해는 계속 누적되고 있습니다."

한석현 서울YMCA시민중계실 실장이 2월 16일 열린 ‘국내 모바일 앱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 방안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앱 마켓 인앱결제 강제,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트위치 화질 저하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는데 방통위가 좀처럼 결론을 내 놓지 못하자 작심하고 내놓은 발언이다.

실제 방통위가 발빠른 대처를 내놓지 않아 구글, 애플, 트위치 등 글로벌 빅테크의 행위는 국민 피해를 누적시키고 있다. 당초 방송통신위원회는 앱 마켓 사실조사 결과를 지난해 말 발표하기로 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트위치도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지난해 국감에서 트위치의 최대 화질 제한 조치로 인한 이용자 피해 발생 여부와 금지행위 해당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 역시 방통위는 어떤 결과도 내놓지 않았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창작자, 서비스 사업자에 전가됐다. 지난해 6월 구글 인앱결제 강행 이후 구글 앱 마켓 콘텐츠 이용료 가격은 평균 17% 올랐다. 앱 마켓 인앱결제 강제는 여전히 불편하다. 트위치 화질 저하와 VOD 중단은 트위치 이용자는 물론 침착맨 등 트위치 송출을 포기하는 파트너 스트리머(개인방송인)까지 만들었다.

문제는 방통위의 조사 결과 발표가 올해 7월 이후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공무원 조직의 고질적 문제 때문이다.

방통위 실무자와 직접 소통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들은 현재 5기 방통위의 수장인 한상혁 위원장의 임기가 종료한 후 발표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방통위 실무자가 조사를 끝내도 빅테크 규제 같이 중요한 문제를 한 위원장 임기 내에 발표했을 때 얻는 이점이 딱히 없다는 것이다. 7월 신임 방통위원장이 임명되고 6기 방통위가 출범했을 때 발표해야 신임 위원장의 공이 되고 실무자 본인 승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매 정권마다 타파하겠다고 말하는 ‘공무원 보신주의’다.

방통위는 이럴 때일수록 방송·통신 분야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해 설립된 기관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방통위가 어떤 이유를 들어도 조사가 길어질수록, 결과 발표가 늦어질수록 국민 피해가 누적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