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이 ‘점유율 1위’ 입지를 다지기 위한 공격적 행보에 돌입했다. 완성차 업체 포드와 손잡고 미국에 진출하는 데 이어 자국 시장에서 배터리 가격 인하에 나서며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강화한다.

CATL의 이같은 전략이 당장 배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자칫 ‘치킨게임’으로 번질 경우 K배터리 업체들도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배터리 기업 ‘CATL’ 외관 / CATL
중국 배터리 기업 ‘CATL’ 외관 / CATL
2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자국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와 리오토(LI Auto), 니오(Nio) 등에 올해 하반기부터 향후 3년간 탄산리튬 가격을 톤당 20만위안(3700만원)으로 낮춰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같은 혜택을 받기 위해선 배터리 구매량의 80% 이상을 자사 배터리로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였다.

탄산리튬은 배터리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원료 중 하나다. 현재 탄산리튬 가격은 톤당 43만위안 수준인데, CATL은 이를 시가의 절반 수준으로 고정해 인하된 가격의 배터리를 고객사에 판매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CATL의 이같은 전략은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CATL은 중국에서 5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해왔지만, 2022년 들어 48%로 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업계 2·3위 기업인 BYD와 CALB 등은 각각 6%포인트, 1%포인트 늘어난 23%와 6%를 기록했다. 경쟁사들의 추격을 받는 상황에서 ‘배터리 할인’을 제공하며 기존 고객사들의 이탈을 막으려는 전략이다.

CATL이 단가 인하로 경쟁사들과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성중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CATL이) 마진폭을 줄이는 대신 물량 확대로 경쟁자들의 수익성 약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장의 성장둔화에 경쟁기업들과의 단가 인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CATL은 최근 미국의 규제를 뚫고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도 고안해냈다. 포드와 손잡고 미국 미시간주에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CATL은 기술을 제공하고 포드가 공장 지분 100%를 갖는 형태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규제망을 피했다. CATL은 기술 제공에 따른 로열티 수익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공장은 2026년부터 본격 가동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CATL의 이같은 행보가 단기적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업계의 시각이다. 저가형 LFP 배터리를 공략하는 CATL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원자재 가격에 따라 판가가 변동되도록 계약해 CATL의 가격 인하 영향을 받을 위험 부담이 적다.

다만 배터리 원료 가격 변동이나 배터리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이 시작되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가격 인하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장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3년간 2차전지 주요 메탈들의 가격 추세가 우상향의 가능성이 높다면, CATL 고객과 경쟁하는 차종을 보유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시간이 갈수록 적극적인 비용 분담을 배터리 업체들에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