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의 핵심으로 카카오의 SM 지분 인수가 꼽히면서 3월 첫주에 있을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와 SM 경영진 간의 가처분 소송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관련업계는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를 통한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장 전략의 존폐가 결정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하이브, 네이버,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 로고. / 각 사
하이브, 네이버,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 로고. / 각 사
2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은 이날 오전 이수만 전 SM 총괄이 SM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 전 총괄 측은 SM 경영진이 ‘경영상 목적’으로 적법하게 주식을 발행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SM 측은 경영상 필요한 주식발행임에도 이 전 총괄이 ‘경영권 분쟁’을 명목으로 부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사업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 변수

카카오의 SM 지분 인수는 SM 경영권 분쟁의 핵심으로 꼽힌다. 현 SM 경영진이 카카오 힘을 빌려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과 다투고 있어서다. SM 경영진은 카카오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의 지분은 둘을 합해도 전체의 0.3%가 안된다. 반면 카카오는 이번에 SM 지분 9.05%를 확보하면 SM 2대 주주가 된다. 카카오가 2대 주주가 되면 최대주주인 하이브 지분은 14.8%에서 13.46%로 조정된다. 카카오가 신주발행 형식으로 주식을 취득해서다. SM 총 주식 수가 늘며 기존 주주 지분 비율이 낮아진다.

SM 경영권 분쟁은 특히 이사 및 경영진을 선출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과열되는 양상이다. 현 SM 경영진이 3월 31일 개최 예정인 이번 SM 주총에 맞춰 임기가 끝나는 것도 이런 상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SM 경영진이 카카오 힘을 빌린다는 것은 이사 후보 추천 명단에도 나타난다. SM 경영진은 2월 22일 SM의 신규 이사회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로 장윤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미국법인 대표를 추천했다.

하지만 SM 최대주주는 이미 하이브로 변경된 상황이다. 하이브가 이 전 총괄 지분 14.8%를 2월 22일부로 인수하면서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과 같은 편으로 분류된다. 하이브는 또 SM에 앞서 2월 16일 주주제안을 통해 SM 이사회 후보 명단을 먼저 공개했다. 하이브 후보진은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를 비롯한 재무·경영 전문가로 구성됐다. 방시혁 의장 등 창작 관련 전문가는 빠졌다. 이는 하이브가 SM의 자율성과 고유 색채를 존중하겠다는 말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판부 판단에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사업 명운 달렸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부가 이 전 총괄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카카오는 당장 확보할 수 있는 SM 지분이 없다. 경영권 분쟁의 한 축이 떨어져 나가는 셈이다.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과 엔터테인먼트 사업 시너지 창출을 위해 3자간 협약을 체결한 것도 SM 지분 확보가 조건이었다. 카카오에 SM 지분이 있어야 SM 이사회에 카카오 측 인사를 배정하고 유기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카카오는 가처분 결과에 따라 추가 투자를 진행하거나 SM을 포기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카카오가 SM 지분 9.05%를 확보해도 하이브가 이미 SM 최대주주가 됐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다. 법원이 이 전 총괄의 주장을 받아들여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카카오가 SM을 포기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즉 이번 가처분 소송은 카카오가 엔터 사업 전략을 그대로 유지할지, 전략을 수정할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되는 셈이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도 카카오는 2000억원쯤을 지출해 얻은 9.05%의 SM 지분이 계륵이 될 수도 있다"며 "카카오는 우호지분을 모두 합해 29%쯤의 의결권을 얻는데 이는 공개매수 지분을 합한 하이브의 43%쯤에 한참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 경우 카카오는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12만원보다 더 높은 가격에 SM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며 "만약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카카오가 다른 매물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본 소송이 아니라 가처분 소송이 중요한 이유는 본 소송 판결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가처분은 보통 본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 신청한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 권리자 손해가 커지거나 위험에 처하는 상황 등을 방지하기 위해 법원에 청구하는 ‘임시명령’이다. 이 전 총괄이 SM에 제기한 가처분 소송은 본 소송인 신주발행 무효확인소송에 앞서 진행되는 임시재판 개념이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대표변호사는 "이 전 총괄은 본 소송 판결이 나오기 전 카카오가 SM 경영에 참여해 회사를 바꿀 시간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우선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라며 "본 소송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가처분 소송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왼쪽)와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 / 뉴스1, SM 유튜브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왼쪽)와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 / 뉴스1, SM 유튜브
재판 쟁점은 신주·전환사채 ‘발행 목적’

법조계는 이번 가처분 소송 결과를 두고 주식 발행 목적을 어느 쪽이 자세하고 정확히 설명하느냐에 달렸다고 봤다. 현행법상 회사가 신주를 발행할 때 기존 주주가 보유 주식 수에 따라 신주를 배정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수만 전 총괄이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SM 경영진이 카카오를 위해 기존 주주 권리 침해 우려가 있는 ‘제3자 발행’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상법은 제418조 2항에서 이런 제3자 배정의 요건을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한다’고 제한했다. 재판부는 이번 가처분 재판을 통해 SM 경영진이 카카오와 협력하기 위해 선택할 방법이 신주 발행뿐인지 확인하는 셈이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법원은 통상 ‘경영상 목적’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주주 지분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거나 기존 주주의 권리가 침해될 때는 경영상 목적을 인정하지 않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처분 결과는 이수만 전 총괄 측과 SM 경영진 측 어디서 경영상 목적을 더 잘 설명하느냐에 달렸다"며 "SM 경영진 측은 신주 발행이 순수하게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를 위한 것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광식 법률사무소 여암 변호사도 "SM 경영진은 신주·전환사채 발행이 카카오와 사업 시너지를 위한 결정이라고 소명해야 한다"며 "시너지를 위해 카카오와 제휴가 얼마나 필요한지, 자금조달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를 재판부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지에 따라 이번 가처분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SM 경영진 패소 가능성 커…카카오 어쩌나

다만 SM 경영진 측이 이런 부분을 소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SM 경영진이 하이브에 적대적 M&A를 멈추라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법적으로 경영권을 보유한 경영 주체를 선택하는 것은 경영진이 아니라 주주다. 경영진 또는 이사회는 주주총회에서 주주 의결로 임명된다.

현 SM 경영진이 스스로 경영권 분쟁 중임을 인정하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또 SM 경영진이 카카오에 제3자 배정 방식의 신주 발행이 아니라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다른 방법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대표변호사는 "법적으로 ‘적대적 M&A’는 경영권을 가진 최대주주의 의사에 반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대주주는 이수만 전 총괄과 하이브다"라며 "경영진은 경영 주체를 선택하는 문제를 주주들에게 맡기고 이에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M이 기존 모든 주주 대상 유상증자를 진행해 카카오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면 카오는 기여분만큼 지분을 얻고 SM은 자본을 더 확충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SM 측이 이런 부분을 소명하기 쉽지 않아 SM에 불리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