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을 비롯,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입을 모아 ‘은행들이 이자장사로 손 쉽게 돈 벌고 있다’고 지적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지난해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5대 금융지주사들이 올린 이자이익만 50조원에 달한다. 대한민국 월급쟁이들이 지난해 1년간 낸 근로소득세와 맞먹는 규모다.

수출기업들이 힘들게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대출이자 갚는데 들어갔고, 생활비 벌기도 빠듯한 가장들은 월급을 주택담보대출 이자로 털어 넣고 있다. 지난해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대출이자는 더 올랐고, 은행의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은 금리상승기를 맞아 더 벌어졌다. 은행 이자이익의 기준인 순이자마진(NIM)도 꾸준히 늘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 / 뉴스1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 / 뉴스1
50조 달하는 이자이익…총 영업익 85% 차지

27일 5대 금융지주사(신한·KB·하나·우리·NH농협)가 발표한 지난해 실적을 보면, 이들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총 49조2298억원으로 전년 41조5609억원 대비 18.4% 증가했다.

5대 금융지주의 2022년과 2021년 이자이익 비교. / 각 사
5대 금융지주의 2022년과 2021년 이자이익 비교. / 각 사
가장 많은 이자이익을 벌어들인 곳은 KB금융이다. KB는 지난해 순이자이익 11조3814억원을 시현하면서 전년 9조5730억원 대비 18.9% 늘었다. 이어 신한금융이 지난해 10조6757억원의 이자익을 올려 17.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NH농협금융이 전년 8조5112억원 대비 12.2% 증가한 9조5559억원을 벌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누적 이자이익 8조9198억원을 달성, 전년 7조4372억원 대비 19.9% 증가했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적은 금액인 8조6970억원의 이자이익을 냈다. 전년 6조9860억원 대비 24.5% 증가한 금액이다.

이들의 이자이익은 회사 전체 이익의 근간이 됐다. 이자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한 비중은 무려 85%다. NH농협의 경우, 영업이익 대비 이자이익 비중이 101.3%로 이자이익을 빼면 오히려 적자다. 실제 농협금융의 지난해 기타영업이익은 781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KB금융이 15조126억원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신한(13조2073억원), 하나(10조3379억원), 우리(9조8460억원), 농협(9조4326억원)이 차지했다. NH농협을 제외하면 우리금융의 이자이익 비중이 88.3%로 가장 높았고, KB금융이 75.8%로 그나마 좀 낮았다.


5대 금융지주의 2022년 총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 / 각 사
5대 금융지주의 2022년 총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 / 각 사
금리 상승기, 대출금리는 쑤욱·예금금리는 찔금…순이자마진(NIM) 고공행진

이자이익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은 전반적인 금리 상승기조에서 비롯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 변동금리 대출 상품에 영향을 미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해 신규취급액기준 1월 1.64%에서 3월 1.72%, 이어 6월에는 2.38%, 9월 3.40%, 12월 4.29% 등으로 지속적으로 올랐다.

금리가 상승하자 예대금리차도 점차 벌어졌다. 금리상승기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린 반면, 예금금리는 더디게 인상한 결과다. 한국은행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예대금리차는 2021년 4분기 2.21%포인트였다가 ▲지난해 1분기 2.32%포인트 ▲2분기 2.40%포인트 ▲3분기 2.46%포인트로 계속 커졌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예대금리차는 8년 만에 최대치이기도 하다.

과도한 예대금리가 문제라 지적한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시작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예대금리 공시를 보면 국내 은행 19곳 중 15곳의 가계 예대금리차가 작년 12월에 비해 오히려 더 벌어졌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1.51%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NH농협은행(1.44%포인트), 우리은행(1.07%포인트), 하나은행(1.03%포인트), 신한은행(0.84%포인트) 순이었다. 전체 은행에서는 전북은행(6.4%포인트)과 토스뱅크(4.72%포인트), 광주은행(4.12%포인트) 등의 예대금리 차가 크게 나타났다.

금리상승 효과는 은행의 수익성에 기여하는 순이자마진(NIM)의 개선에도 기여했다. KB금융의 지난해 연간 NIM은 그룹과 은행이 각각 1.96%, 1.73%로 전년대비 각각 0.13%포인트와 0.15%포인트 올랐다.

KB금융은 "금리상승을 반영한 대출자산 리프라이싱(re-pricing·가격 재 책정)이 꾸준히 진행된 가운데 수익성 중심의 여신 포트폴리오 관리와 운용자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 덕분"이라고 NIM 개선 이유를 설명했다.

신한금융 NIM은 1.96%로 전년 1.81%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신한은행의 NIM도 1.63%를 기록, 전년 1.41% 대비 0.22%포인트 올랐다. 이 밖에 하나금융의 지난해 NIM은 1.96%로 전년 1.71% 대비 0.25%포인트 증가했다. 우리금융은 은행과 카드를 합친 지난해 그룹 누적 NIM이 1.84%로 전년 1.62% 대비 0.22%포인트 증가했다.

올 들어 시장금리가 차츰 하락하는 추세지만 대형 은행들의 이익개선세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의 NIM이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NIM 개선 지속과 선제적인 손실 흡수 제고 노력으로 시중은행 순이익이 전년보다 12%는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