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적 리뷰] ⑤5대 지주, 충당금만 6조…'더 쌓아야 하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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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3.03.03 06:00
국내 5대 금융그룹이 역대 최대 이익을 경신한 가운데, 지난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 규모가 6조원에 육박했다. 고금리 여파와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로 본격적인 건전성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자장사로 떼돈을 벌었다’는 인식을 만회하기 위해 일부러 마사지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상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5대 금융지주 계열 은행 / 뉴스1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는 5조 8853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늘었다. 건전성 관리로 향후 모를 금융 부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금융지주 충당금 적립 규모 역대 최대… 전년대비 평균 80% 증가

금융지주별로 보면 가장 규모가 많은 곳은 KB다. KB금융은 전년 대비 54.9%, 약 8000억원 늘어난 1조 8359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했다. 신한금융은 전년대비 31% 늘어난 1조 3057억원, 우리금융은 58% 늘린 8482억원을 쌓았다.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전년과 비교해 두배 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금액이 1조 1135억원에 달해, 2021년 대비 109.1% 늘었다. 업계에서는 KB금융, 신한에 이어 하나금융 역시 순익 4조를 달성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대손충당금 확대로 4조 클럽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NH농협금융은 대규모 충당금 적립의 영향으로 유일하게 순익이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순익은 2조 2309억원으로, 전년대비 2.7% 줄었다. 반면 대손충당금은 782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95억원, 150.2% 증가했다. NH농협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다시금 높아진 상황. 조금의 부실이라도 간단히 보아 넘기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5대 금융지주의 2021년과 2022년 대손충당금 규모. / 각 사
늘어나는 연체율…고금리·부실대출 리스크 대응해야

금융지주들의 잇따른 충당금 확대 배경에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금리와 경제적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이자이익은 크게 늘어난 반면, 차주들의 대출 상환은 더욱 어렵게 됐다. 경기침체에 더해진 고금리 여파로 대출 부실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금융사들 또한 여신건전성 관리에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실제 5대 금융지주 계열 은행 연체율도 조금씩 상승 추세다. 지난해 1월 5대 은행의 평균 신용대출 연체율은 0.25%였으나 연말인 12월 0.28%로, 중소기업 연체율은 0.23%에서 0.28%로 올랐다. 가계는 더욱 심각해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0.16%에서 0.24%로 가파르게 올랐다.

은행권 관계자는 "충당금을 많이 쌓을수록 배당 규모는 줄어들고 이익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금융사들의 선제적 대비와 더불어 손실흡수능력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강화하라는 당국의 주문이 더해져 충당금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금융완화 조치 이후 드러날 부실 리스크 또한 고민거리다. 코로나19 사태를 겪던 지난 2020년 금융당국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등을 실시했다. 당초 단기조치에 그칠 것으로 봤지만, 지속된 불경기에 3년 가까이 연장됐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의 금융지원이 단계적으로 종료될 경우 이들이 대출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당국,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이미 충분할 수도"

금융당국 역시 경기침체와 더불어 다가올 여러 위기를 대비해 금융사들에 충당금을 보다 적극 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해 금융사들의 최대 실적은 충당금을 덜 쌓았기 때문이라며, 향후 부실 가능성이 증가할 것을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 대손충당금과 자본 여력 등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토록 유도하여 향후 위기 상황에서도 본연의 자금공급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

금융당국은 경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은행에 추가 적립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분기 시행을 목표로 특별 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을 위한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안 변경을 추진한다.

일각에선 과도한 충당금 부담이 금융지주사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사들의 충당금 규모가 이미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상태에서,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은 배당 감소와 주가 하락이라는 부작용으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다.

5대 은행의 지난해말 NPL(무수익여신)커버리지 비율은 평균 233.3%를 기록했다. NPL은 은행이 보유한 3개월 이상의 연체된 대출, 즉 부실채권이다. NPL커버리지 비율이 높을수록 부실자산에 대한 완충능력이 높다. 통상 금융권에서는 NPL 비율이 150%를 넘기면 양호한 상태로 받아들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각 사 별로도 신용 여신과 담보 비중이 다르고, 은행과 비금융사 실적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충당금 규모에 차이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미 충분한 규모가 적립된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충당금을 많이 쌓는게 정답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원재연 기자 wonaj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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