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제4이통사 출범이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으로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자기가 쓴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는 통신상품 출시 등 다양성 확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이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인애 기자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이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인애 기자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인사말을 통해 "통신 서비스가 저소득층의 가계 경제에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는 현실을 정부도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통신 시장에 충분한 경쟁과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본부장은 국내 통신시장 경쟁상황에 대해 통신 3사가 시장의 97.9%를 차지하는 독과점 구조가 지속되고 있으며, 독과점 상태가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분석했다.

김 본부장은 "국내 통신 시장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경쟁이 미흡한 시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사업자 간 경쟁 압력보다 규제 정책의 영향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이며, 시장 구조와 요금 수준 등에서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고 전했다.

김용규 한양대 교수(경제학부)를 좌장으로 한 토론회에는 학계와 연구소, 경제계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제4이통사 출범 보다 제도 개선 등으로 요금제를 혁신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경쟁 촉진 방안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남재현 고려대 교수(경제학과)는 "경쟁촉진 가장 좋은방법은 시장구조 개선이다"며 "개선을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시장에 들어오려는)신규사업자가 없다면 초과 이윤이 없어서인가 규제나 사업자들간의 뭔가로 인해 진입장벽이 존재하는가 등 판단이 중요하다"며 "만일 초과이윤이 있는데도 신규사업자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뭐가 장벽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신규사업자가 진입을 하고 싶어 한다고 하면 초과 이윤이 있는 것인가, 신규 진입이 없다면 진입장벽이 높은가 그런 것들이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얘기다.

한순구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는 "현실적으로는 통신사 진입 여부와 상관없이 규제를 통한 경쟁촉진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이통3사는) 명시적 담합은 없지만 오랜 관계 속에서 협력 관계를 맺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정한 단통법 등 정책들이 경쟁촉진에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나는 크게 사용하지 않는데 내가 요금을 내서 남의 요금을 대신 내준다 이런 생각들이 더 가격에 대한 불만요소가 된다"며 "모든 사람이 자기가 쓴만큼의 가격을 낼수있는 이런 제도를 잘 이끌어야한다"고 전했다.

다시말해 통신료 인하는 물론 소비자 스스로 월 요금 규모를 납득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고 있다. / 이인애 기자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고 있다. / 이인애 기자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신규 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인가 따져보는 중요한 척도가 유효한 경쟁 압력이 어느정도 되는가다"며 "그 것을 파악하기 위해 독행기업(혼자 행동하는 기업)이 발생할 수 있는지 그걸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그냥 기존 사업자와 유사한 행동을 하는 또 하나의 사업자가 생겨나는 것 뿐일 것이다"며 "적절한 사업자 숫자는 몇개인가 그것도 파악해야한다 몇 개의 사업자가 이 시장에서 제일 최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사업자 진입으로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자 한다면 기존 기업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독행기업을 진입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사업자와 동일한 기조로 움직이는 기업이라면 경쟁 촉진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신시장을 보면 다른나라에서도 과점시장이고 요금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며 "우리나라가 네트워크기반 경쟁을 해왔기 때문에 품질이 좋은 편이고 우리나라 통신시장이 특별히 문제가 있는가 보면 품질을 감안했을 때는 큰문제가 없어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 사업자도 지금 시장이 포화됐기 때문에 꼭 필요하진 않아보인다"며 "혁신서비스와 관련해서는 규제제도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혁신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하려는 근본적 이유인 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는 알뜰폰 시장을 키워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온라인 중심의 알뜰폰이 통신 시장의 부담 완화에 폭발적인 가능성이 있다"며 "알뜰폰 시장이 규모의 경제를 갖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전체 시장 경쟁 촉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박윤규 차관은 "지금 이통3사와 같은 규모와 방식의 사업자가 제4이통사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똑같은 규모의 사업자를 똑같은 형식으로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주 새로운 혁신적인 방식과 내용들을 제공하는 그런 사업자를 제4이통사로 만들겠다"며 "혁신적인 서비스 사업자가 나올 수 있도록 저희 TF에서 만드는 제도가 혁신적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