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고 시대는 변화한다. 자연스레 우리 사회도 과거와는 상당히 바뀌었다. 예전에는 당연시 되던 것들은 이제 당연하지 않다. 구세대는 그렇게 신세대와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등장한 단어가 ‘요즘 애들’과 ‘꼰대’다. 그만큼 갈등은 커졌다. 하지만 옛 것을 존중하지 않고 새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갈등은 봉합할 수 없다. 서로를 이해하고 개선이 절실하다. 이에 IT조선은 계묘년을 맞아 변화하는 시대에 서로 공존할 수 있도록 ‘리멤버, 요즘 직장인’ 특집을 마련했다. 직장 내 세대별 특징과 갈등 상황, 원인분석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보다 나은 조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올바른 관리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게임 회사에서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올해 고민이 많아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초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하던 회사가 방역지침 완화를 이유로 사무실로 출근을 지시하면서다.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 매월 많은 주거비용이 나가고, 주거비용을 줄이면 출퇴근 시간이 왕복 2시간 이상으로 늘어나는 딜레마에 놓였다. 지방 출신인 A씨가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자 강남에 있는 회사 근처에 집을 알아 봤으나 지어진 지 15년이 넘은 4~5평대 구축 원룸 월세만 65만원쯤에 달하는 등 부담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 충청도 지역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20대 직장인 B씨는 원격·재택근무가 불편하다. 사무실 출근이 일과 삶의 균형 면에서 오히려 낫다고 느낀다. B씨는 순환근무를 하고 있어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B씨는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사무실 출근보다 더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B씨는 퇴근 후 자신만의 시간을 위해 업무 연락을 피했는데, 재택근무를 하면서 업무 종료시간에 맞춰 연락을 끊을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국내 직장인 4명 중 3명은 원격·재택근무를 경험했다. 기간은 대체로 짧았다. 절반쯤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2~3주 정도만 재택근무를 했다. 그럼에도 4명 중 3명이 재택근무를 좋은 제도라고 생각했다. 다만 재택근무가 회사의 복지라고 생각하는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재택 여부가 이직을 고민할 때 결정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도 아니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정도의 옵션으로 나타났다.

IT조선은 20대부터 50대 이상 직장인 31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가 일상화된 시기 원격·재택근무 현황과 인식을 조사했다. 이번 조사는 종합 비즈니스 플랫폼 리멤버의 리서치 서비스를 활용했다. 리멤버 리서치 서비스는 정교한 타깃 설문이 가능한 설문 서비스다.


원격·재택근무, 복지 여부는 의견 갈려

원격·재택근무에 관한 직장인 인식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응답자 76%가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를 선택했다. 2위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다’를 선택한 사람의 5배가 넘는다.

재택근무가 회사의 복지인지 여부에는 의견이 분분했다. 복지라고 생각하는 쪽이 59%, 아니라고 보는 쪽이 41%다. 이유는 다양하다. 재택근무가 복지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26%가 출퇴근에 드는 시간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어 좋다고 답변했다. 출퇴근으로 소모할 체력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는 답변도 21%다.

반면 22%는 재택근무가 코로나19 때문에 일시적으로 바뀐 근무 형태일 뿐이라고 봤다. 재택근무가 근로자에게만 좋은 제도가 아니라 회사의 복지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17%가 재택근무 전환으로 회사도 비용 면에서 이득을 거둘 수 있어 복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직장인 누구나 원격·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맡은 직무 특성상 사무실 출근이 꼭 필요하다는 사람은 31%로 집계됐다. 이들은 주로 기획, 개발, 생산·제조 직무를 수행한다. 영업, 컨설팅, 교육 강의처럼 대면업무 직무도 출근해야 한다고 답했다.

재택근무 실시 여부, 이직 고려할 정도 아니다

이런 의견의 차이는 재택근무가 이직을 고민할 때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직을 고려할 때 재택근무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묻자 57%가 ‘연봉이 비슷하다면 재택근무 하는 곳으로 가겠다’고 답변했다. 재택근무가 회사의 핵심 복지가 아니어서다. 2030 직장인으로 대상을 한정하면 ‘연봉이 비슷하다면 재택근무 하는 곳으로 가겠다’ 답변 비율이 65%로 오른다. 연봉보다 중요하다고 답변한 비율도 7%로 1% 늘어난다.

그럼에도 이런 결과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IT 라운지 같은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말과는 사뭇 차이가 난다.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전면 재택이 연봉 1000만원 이상의 가치’라는 말이 나온다. 재택근무를 하면 수도권보다 주거비용이 저렴한 지방 거주도 가능해서다. 이런 결과는 조사가 IT 등 업계나 직무를 특정해서 진행되지 않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결국 재택근무 여부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가 문자 그대로 나타난 셈이다. 전체 조사 결과에는 ‘연봉보다 재택근무가 중요하다’고 답변한 사람은 5%에 불과하다. 연봉을 우선 고려한다는 사람은 20%, 연봉이나 재택근부 여부보다 미래 비전 같은 회사의 다른 가치를 우선시한다는 사람은 17%다.

원격·재택근무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이는 실제로 올해 재택근무가 축소 또는 종료된 사람들의 반응과도 일치한다. 실제로 원격·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 비율은 4명 중 3명꼴이다. 응답자 76%에 달한다. 그중 올해 재택근무가 축소 또는 종료된 사람은 78%다. 그 이유로 51%가 ‘경영진이 사무실 출근을 선호해서’를 꼽았다. 이어 29%가 선택한 ‘업무 소통이 어려워서’가 두 번째로 많았다.

직접 재택 축소 또는 종료를 겪은 사람도 이를 이직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셈이다. 이들은 재택 축소 또는 종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68%가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같다’라고 답변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곳으로 이직하겠다고 결심한 비중은 20%다. 오히려 재택근무가 사무실 출근보다 힘들었다고 답변한 사람은 11%다.

이들은 선택 이유로 ‘재택근무가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하지 않아서’를 꼽았다. 재택근무에도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재택근무가 출퇴근에 드는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점은 장점이지만 업무 환경이나 소통이 어렵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들은 또 재택근무가 중요하긴 하지만 이직을 고려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재택근무 여부보다 어떤 회사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되려 회사가 전면 재택근무 실시를 이유로 연봉을 동결하거나 삭감하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2020년 말부터 온라인 결제업체 스트라이프 등 미국 IT기업이 생활비가 적게 드는 지역으로 이사하는 재택근무자에게 연봉삭감을 제안했다.

응답자 78%는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받아들일 수 없다’를 선택했다.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 사람 중에서도 57%는 ‘5% 미만까지 연봉 삭감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변했다.

재택근무로 아낄 수 있는 비용과 연봉 동결·삭감은 별개 문제인 셈이다. 다만 올해 회사가 재택근무를 유지한다고 답변한 사람 중 8명은 연봉이 동결됐다. 연봉이 삭감된 사람도 1명 있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