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시장이 인공지능(AI) 기반 언어 모델 ‘챗GPT’에 꽂혔다.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계가 챗GPT에 뜨거운 관심을 보낸다. 그러나 국내 게임 업계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챗GPT에 합류하기보다 AI 기술을 더욱 끌어올려 게임 내 콘텐츠 퀄리티를 높이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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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모델, 게임 개발에 적극 활용…게임 퀄리티 높인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게임사가 챗GPT 관련 사업 진출과 AI 연구 현황에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현재 개발 중인 챗GPT 모델로 게임과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자사가 보유한 3D 캐릭터 제작 기술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이용자가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AI 모델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재 챗GPT 중형 모델급으로 실험을 마무리한 상태로 향후 이를 확장해 스토리와 캐릭터 창작, 인터랙티브 게임 등에 활용한다.

크래프톤은 AI 기술 대중화를 이끈다는 목표다. 챗GPT와 같은 규모가 큰 AI 언어 모델을 개발하기보다 게임 제작에 적합한 AI 모델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1인 또는 소수 개발자가 수준 높은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오픈월드 UGC 게임 플랫폼’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게임 자체에 들어가는 TTS, 대화, 애니메이션, 게임 플레이하는 AI 등을 몇 년 전부터 개발해왔고 이를 게임에 적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펄어비스는 제너러티브 AI 모델에 관심을 높인다. 허진영 펄어비스 최고경영자(CEO)는 "기술 발전에 따라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 서비스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며 "펄어비스는 챗GPT와 같은 대규모 AI 개발은 집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게임 내 캐릭터 대화, 이용자 간 의사소통 등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AI를 활용한다"며 "AI 기술을 자체 엔진에 접목해 고품질 게임을 빠르게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AI로 높인 게임 퀄리티, 수익까지 이어져

엔씨, 크래프톤, 펄어비스 외에도 여러 게임사는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AI를 게임 개발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확보하고 퀄리티 높은 게임, 콘텐츠를 이용자에 제공한다는 목표다. AI를 게임 개발에 활용해 게임의 질을 높이고 이를 수익 확대로 자연스럽게 이어간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AI를 활용한 고퀄리티의 게임 니즈가 높아지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AI 개발자 플랫폼 인월드 에이아이가 미국 게임 이용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1%의 이용자는 고급형 AI NPC가 있는 게임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52%의 응답자는 NPC가 반복적인 대화만 진행하는 것에 부정적이라고 봤다.

또 이용자의 99%는 NPC AI가 뛰어날 경우 게임 경험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고급형 AI NPC가 있다면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고 응답한 이용자 비중도 78%에 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이 하는 챗GPT 등을 개발하며 승부를 하기에는 한국 게임사가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며 "오히려 게임을 개발하는데 AI를 활용하고 고퀄리티 게임을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가영 기자 sgy0116@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