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 등 국내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13일 금융감독원은 이복현 원장 주재로 업권별 감독부서, 뉴욕사무소 합동으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미국 SVB 사태가 국내 금융회사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사태는 SVB의 특수한 영업구조가 최근 금융긴축 과정과 맞물려 발생한 경우"라며 "미국 정부 및 감독 당국이 SVB의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기로 조치함에 따라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내 16위 규모 은행인 SVB가 파산했다. SVB의 총 자산은 276조원으로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 중 역대 2위 규모다.

SVB는 ▲거액 기업예금 위주로 자금 조달 ▲자산 대부분을 장기 유가증권에 투자 ▲금리상승으로 예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채권 평가손실 발생 ▲예금인출이 증가하자 유동성 문제 봉착 등의 영업구조를 갖고 있다.

금감원은 SVB 사태가 국내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국내 은행 및 비은행 금융회사 모두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다를 뿐만 아니라 양호한 자본비율 및 유동성 비율과 수익성 등 근본적 차이를 감안할 때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공채 보유 비중이 높은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에도 보유 만기가 길지 않고 최근 금리 상승기에 투자된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이 채권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이 금융권역별 리스크 점검을 실시한 결과 은행권의 경우 예대업무 위주로 유가증권 비중이 낮고 전 은행이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100%를 초과하는 등 유동성 상황이 양호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에도 자금조달이 소액·소매자금으로 이뤄져 단기간내 자금이탈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중소서민금융회사는 여신 위주의 자금을 운용하고 최근 자금조달여건이 호전되면서 유동성이 안정적인 상황이다. 보험회사의 경우 국공채 보유 규모가 크지만 자산부채 만기구조 매칭관리와 IFRS17 시행으로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이 통제되고 있고 증권사 역시 유동성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원장은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회사별로 마련된 비상자금조달계획 점검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대출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을 점검하고 위기 국면에도 문제가 없는 수준의 유동성과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춰 나갈 것"이라며 "미국 등 현지 감독당국과의 소통, 협력 채널을 최대한 가동해 나가도록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국내 가상자산 또는 핀테크 업계 등이 이번 사태로 인해 자금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규제개선 필요사항을 발굴·추진해 나가고 업권과 지속적인 소통을 해나갈 계획이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