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개발사는 게임과 게임 내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게임 내에서 이용자와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NPC 서비스와 음성 생성·명령·합성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또 버추얼 휴먼 등 신사업까지 폭 넓게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는 기술을 확보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로 실제 적용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생성형 AI로 임기응변 가능한 NPC 개발

넥슨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NPC에 도입할 계획이다. NPC, 보스, 주요 캐릭터에 정해진 스크립트가 아닌 AI 페르소나를 도입하고 게임 속 세계관을 기반으로 이용자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게임 내 음성 생성에 활용할 계획이다. 게임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과 UX에 맞춘 음성을 도입하고 한국어가 아닌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번역한 음성을 활용한다. 유명 게임 디렉터 목소리를 자동생성해 이용자와 소통하는 서비스도 개발한다.

넥슨 관계자는 "AI 생성 모델 활용은 공정기간 단축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더 큰 재미와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서다"며 "생성형 AI 모델은 같은 게임이더라도 이용자마다 취향과 성향에 맞게 개인화된 경험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지능형 게임 제작에 중점을 둔 ‘마젤란 프로젝트’, 글로벌 이용자 데이터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을 연구를 진행하는 ‘콜럼버스 프로젝트’로 나눠 AI 기술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마젤란 프로젝트는 ▲강화학습 기반 AI 기술을 활용한 ‘게임 플레이 봇’ ▲AI 기반 음성 명령 기술 ▲다국어 번역 데이터 기반의 ‘기계 번역 기술’ 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콜럼버스 프로젝트는 게임 로그를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학습해 개발 중인 ‘게임 이상 탐지 시스템’, 게임 빅데이터 수집을 통해 이용자 성향 및 패턴을 분석하는 ‘프로필 서비스 시스템’ 등을 개발 중이다.

AI 윤리 설정도 중요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2011년부터 AI 연구 조직을 구축했다. 현재 AI센터와 자연어 처리(NLP)센터를 중심으로 200여명의 AI 전문 연구 인력이 기술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게임 AI뿐 아니라 음성 합성 기술을 연구하는 ‘스피치 AI’, 디지털 이미지(OCR)를 연구하는 ‘비젼 AI’ 등 광범위한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특히 엔씨는 AI 기술의 윤리적 역할과 활용에 고민했다. 이를 게임 내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현재 ▲AI가 욕설, 편견, 비하 등 비윤리적 표현을 학습하지 못하게 하거나 생성할 수 없도록 제어하는 기술 ▲개인정보 비식별화 ▲국가간 비하 표현 방지 ▲비윤리·혐오 인식 기술 등의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엔씨는 향후 디지털 휴먼 사업까지 확장해 적용할 계획이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3D 캐릭터 제작 기술을 대규모 접속 게임 운용 기술과 결합해 이용자에게 몰입감을 주고자 한다"며 "꾸준히 R&D를 이어가고 있는 디지털 휴먼 사업까지 AI를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자와 게임 플레이도 함께 한다

크래프톤은 ‘딥러닝 본부’를 통해 딥러닝과 AI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딥러닝 본부는 사내외 여러 분야와 협업해 다양한 문제에 솔루션을 제공한다. 자체 기술 연구를 통해 게임이 아닌 딥러닝 기술만을 활용한 크래프톤만의 원천 서비스도 개발 및 서비스 중이다.

현재는 게임 제작 및 버추얼 프렌드 개발에 필요한 NLP, 비전&애니메이션, 음성인식기술(STT/TTS), 강화학습(RL) 등 딥러닝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또 이를 효과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초거대·경량화 모델, 멀티모달 모델 연구도 진행 중이다.

크래프톤은 또 게임 이용자에게 새로운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고 개인화 및 최적화를 제공하기 위해 ‘버추얼 프렌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버추얼 프렌드는 ▲이용자와 실시간 양방향 소통 ▲자연스러운 외형과 동작 ▲게임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능력 등의 특징을 갖춘 다양한 AI 기술이 접목된 집합체다.

이용자와 함께 멀티플레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게임 실력도 이용자에 맞춰 조정한다. 현재 게임 외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확장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2023년까지 기술 개발을 마무리하고 2024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게임 내 도입은 다소 시간 걸릴 듯

업계는 게임 내에서 이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이 개발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게임 내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고 이에 따른 이용자 반응이 각기 달라 대응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개발 완성 단계를 앞당기기 위한 인력 문제도 시급하다. 200여명의 전문 인력을 보유한 엔씨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게임사가 확보한 AI 전문 인력이 많지 않다. 현재 추가 인력을 확보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외부에 AI 기술을 활용한 게임, 콘텐츠가 공개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사는 빅테크 기업처럼 쉽게 AI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고 이에 따른 인건비 등도 막대해 현재의 조직으로 개발하는 단계가 최선으로 보인다"며 "올해부터 AI 기술 개발 현황이나 게임 적용 계획 등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가영 기자 sgy0116@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