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인 USDC 발행사 서클의 CFO가 쓴 글의 제목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말 그대로 안정된 코인이다. 담보 자산을 통해 안정을 꾀한다. 보통 미국 달러와 1:1로 교환된다. USDC도 마찬가지다. 서클 CFO는 이 글에서 굵은 글씨로 ‘USDC는 언제나 미국 달러로 1:1 교환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서클이 USDC의 안정을 위해 택한 것은 블랙록이나 뉴욕멜론은행을 포함한 주요 금융기관에 준비금을 예치하는 것이었다. 현금 또는 3개월 이하 만기의 미국 국채 보유로 안정을 담보한다는 것.
서클 CFO는 지난 2022년 11월 인터뷰에서 "서클이 보유한 단기 국채를 블랙록에 예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체 준비금의 20% 정도인 현금은 파트너 은행들에 예치한다는 말과 함께. 현금과 단기 국채 보유, 언뜻 봐도 준비금을 나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노력이 느껴진다.
그의 호언장담이 깨진 건 미국 16위 규모라는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 소식 때문이었다. USDC의 가치는 87센트까지 떨어졌다. ‘1USDC=1달러’라는 공식도 깨졌다. 서클이 말한 파트너 은행 중 실리콘밸리 은행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서클이 보관한 것으로 알려진 현금은 33억 달러, 원화 환산 4조원이 넘는다. USDC는 센터 컨소시엄(Centre Consortium)이라는 회사를 통해 서클과 코인베이스가 합심해 만든 스테이블 코인이다. 이 소식에 코인베이스로도 위기가 번지는 것 아니냐는 혼란이 있었다. 위기감은 미국 금융당국이 실리콘밸리뱅크 예금 100%를 보전해주겠다는 약속을 한 후 잦아들었다.
앞선 사례인 테라, FTX 사태의 진원지가 가상자산 시장이었다면 이번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의 진원지는 가상자산 시장이 아니다. 헤드라인만 듣고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는 이유다. 뱅크런이 일어난 이유는 포트폴리오 분산의 실패가 아닐까 싶다.
실리콘밸리 은행의 주요 고객은 스타트업들이다. 2020년부터 2022년 초까지 실리콘밸리 은행에 막대한 예금이 유입됐다. 2020년 6월 740억달러 수준이던 실리콘밸리 은행의 예금은 2022년 3월 1980억달러까지 늘었다. 그들이 맡긴 돈을 굴려야 했던 은행 측은 상당량의 돈을 국채로 보유했다.
문제는 국채 금리가 연준(Fed)의 금리 인상으로 지속적으로 올랐다는 것. 금리와 반대 흐름으로 가는 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그렇다 해도 이 자산을 처분하지 않았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인출 요구했다는 것이고 결국 비싸게 샀던 채권을 낮은 가격에 팔아 예금을 인출해 주려다 큰 손실을 봤다. 손실을 헷지할 마땅한 수단도 없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은 140개다. 이 때 파산 규모가 3735억달러니 실리콘밸리은행이 단일 자산규모로 2090억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위중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사건은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속에서의 포트폴리오 분산이 얼마나 중요한 지 드러내준다.
그렇다고 가상자산 시장이 무결하다고 말하기엔 어딘가 찜찜하다. 무엇보다 전통 금융에 반대기치를 들고 나온 가상자산이 탈중앙화를 외치는 것과 무색하게 전통 금융의 붕괴로 발목이 잡혔다는 것, 그리고 이걸 보전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에 회복됐다는 것이 그렇다.
스테이블 코인은 전통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였다. 탈중앙화를 외치는 USDC가 전통금융, 중앙화된 은행의 파산에 한 순간 휘청였다는 것은 결국 USDC의 운명도 전통 금융에 달렸다는 뜻 아닐까. 결국 USDC도 안정을 찾는 방법을 전통 금융에서 찾았으니 말이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 크립토가 스캠이니 돈을 은행에 넣어야 할 지, 은행이 스캠이니 크립토에 예치해야 할 지 헷갈려하는 한 남자의 그림을 올렸다. 그저 비꼰 것일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가상자산 시장의 기회도 될 수 있다.
서클의 CEO도 트위터를 통해 "상업 은행의 유동성 위험에 비해 USDC 같은 토큰화 된 자산의 유동성 위험이 현저히 적고 이는 앞으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기회를 잡는다는 것은 그저 시대의 조류에 몸을 맡기는 데만 있지는 않은 듯하다.
우리가 더 낫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How to be stable의 답도 결국 얼마나 안전한 중앙화된 자산을 준비금으로 담보하는 데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 이번 사태로 확인됐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지은 작가 sjesje1004@gmail.com 서강대 경영학 학사, 국제통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0년 이상 경제 방송 진행자 및 기자로 활동했다. 유튜브 ‘신지은의 경제백과’를 운영 중이며 저서로 ‘누워서 과학 먹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