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3월 중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해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올해 경영권 분쟁, 오너 2세, 명예회장 경영 일선 재등장 등으로 새로운 사령탑을 맞이할 기업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 상장기업 51곳 가운데 22곳이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의결, 차기 회사를 이끌 경영진을 결정하게 된다.

올해 주주총회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기간은 24일 넷째 주 금요일로, 19개사가 같은 날 주총을 개최한다. 이어 29일 17개사, 28일 12개사 순으로 기업의 주총 일정이 몰려있다.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삼진제약(왼쪽)은 오너 2세 경영체제가 시작되며, 셀트리온은 서정진 명예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가 확정된다. / 각 사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삼진제약(왼쪽)은 오너 2세 경영체제가 시작되며, 셀트리온은 서정진 명예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가 확정된다. / 각 사
일명 ‘슈퍼주총데이’는 사라졌는데, 정부가 2018년부터 주총 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실시해 주총 분산 개최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가장 많은 주총이 열리는 24일에 몰려있는 기업들은 ‘주주총회 집중일 개최 사유 신고’를 공시해야 한다.

일정 별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15일 헬릭스미스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소액주주연합회와 경영진간에 신경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국내 바이오 1세대 기업 중 하나인 헬릭스미스는 현재 경영진 측이 내세운 사내이사 김훈식·박재석·최동규 3인에 대해 소액주주들이 거부의사를 밝히며 올해 주총에서 해임안건을 논의한다.

지난해 12월 카나리아바이오엠에 인수된 헬릭스미스는 헐값 매각 논란에 뒤이어 부진한 신약개발 성과 등으로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각종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앞서 1월 31일 임시주총에서 헬릭스미스와 소액주주연합회 간 지분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에 이달 주총에서도 치열한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7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개최, 존림 대표의 재선임안과 안도걸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의 사외이사 등 안건을 의결한다. 큰 이견이 없다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초 연매출 3조원 달성 및 차세대 이중항체 플랫폼 ‘에스듀얼(S-DUAL)’과 신약 후보 물질 선별 기술 ‘디벨롭픽(DEVELOPICK)’을 성공적으로 완수시킨 존림 대표의 연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23일에는 성석제 제일약품 대표이사의 재선임이 결정된다. 성 대표는 2005년부터 18년 간 제일약품의 대표이사직을 수행 중이다. 재선임에 성공할 경우 사내이사 임기 3년을 고려해 제약분야에서 20년 이상 대표이사직 수행한 업계 내 최장수 경영인이라는 기록을 갖게 된다.

24일 주총이 예고된 삼진제약은 오너 2세가 사내이사에 오를 전망이다. 공동 창업주 조의환, 최승주 회장의 자녀인 조규석, 최지현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다. 파마리서치도 오너 정상수 창업자의 장녀인 정유진 파마리서치USA 법인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일동제약은 서진석 사장을 JW중외제약은 신영섭 대표이사를 재선임할 예정이다.

29일 한미약품은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3인을 신규 선임하며 대규모 경영진 개편을 예고했다. 사내이사는 박재현 제조본부장, 서귀현 R&D센터장, 박명희 국내사업본부장이, 사외이사에는 윤영각 파빌리온자산운용 대표, 윤도흠 성광의료재단 의료원장,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가 신규 선임된다. 한미사이언스는 박준석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합류할 예정이다.

28일 정기주총을 여는 셀트리온은 서정진 명예회장의 경영에 복귀로 업계 내 가장 큰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서 명예회장은 지난 2021년 3월 임기 만료와 함께 경영 일선에서 스스로 물러났으나,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회사의 위기 극복과 미래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판단아래 서 명예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가 강력하게 요구돼 왔다.

올해 주총이 예상대로 마무리되면 서 명예회장은 2년 임기로 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그룹 내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상장 3사의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밖에 종근당,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동아쏘시오홀딩스, 녹십자 등은 이번 주총을 통해 현금배당금 규모를 확정짓는다. 녹십자는 보통주 1주당 1750원, 종근당홀딩스 1400원, 종근당 1000원, 동아쏘시오홀딩스 1000원, 대웅제약 600원, 하나제약 510원, 한미약품 500원, 유한양행 400원으로 상정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맞이하는 주주총회로 많은 기업들이 변화한 경영 환경을 반영한 다양한 안건들을 상정할 예정이다"며 "올해의 선택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만큼 각 기업들이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