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전환기가 도래해 각종 기술이 일상을 바꾸고 있다. 돈을 내고 버리던 중고물품을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받고 팔고, 전화로 배달을 주문하고 만나서 돈을 주는 대신 스마트폰 하나로 결제까지 진행한다. 기술이 기존 시스템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접근성을 높이기도 한다. 전문가 자문도 직접 사무실까지 찾아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술이 디지털 대전환기 어떻게 일상을 바꾸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편집자주]

법률·세무·의료·중개 등은 전문가 자문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다. 기술의 발달은 이런 과정에서 스마트폰 터치 몇 번 만으로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 자문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이다.

로톡 광고가 걸린 교대역 전경. / 뉴스1
로톡 광고가 걸린 교대역 전경. / 뉴스1
법률 영역의 로톡, 로앤굿 등의 리걸테크 서비스는 전문가 자문의 디지털 전환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들 서비스는 일반 국민의 법률 서비스 접근성을 높였다.

2014년 출시된 로톡은 올해 2월 기준 누적 의뢰인 방문자가 4000만명에 달한다. 로톡에서는 월 2만건쯤의 법률 상담이 이뤄진다. 누적 상담 건수는 2월 기준 약 88만건이다. 로앤굿도 빠르게 성장했다. 로앤굿은 2020년 출시 후 200만명쯤의 이용자가 4만건 의상의 사건을 의뢰했다. 로앤굿을 통한 비대면 변호사 선임 비율은 40%가 넘는다.

다른 전문가 자문 서비스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세금 신고 및 환급을 돕는 세무 서비스 ‘삼쩜삼’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가입자수 1379만명, 누적 환급신고액은 5774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2020년 5월 출시 2년 만에 거둔 성과다.

성형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2020년 12월 일본에 진출해 현지 병원 1000여곳과 제휴하며 일본 시장 1위가 됐다. 강남언니가 제휴한 국내 병원은 1500곳에 달한다. 올해 3월 기준 한일 통합 앱 가입자는 480만명이며, 누적 상담 신청건수는 250만건이다.

플랫폼의 발전으로 혜택은 디지털에 친숙한 젊은 세대가 누리고 있다. 이는 이용자 연령대 비중에서 나타난다. 로톡은 올해 2월 기준 이용자 67.4%가 2030세대다. 삼쩜삼은 지난해 6월 기준 1020 이용자 비중이 41.3%로 가장 높았고, 30.9%의 30대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디지털 전환은 청년 전문가의 시장 진입을 돕는다. 로톡이 그 예다. 로톡은 회원 변호사 74.7%가 경력 10년 이하의 청년 변호사다. 이런 전문가 플랫폼은 청년 전문가가 자신을 알릴 기회를 제공한다. 그 형태는 다양하다. 로톡처럼 전문가 스스로 자신을 알리는 방식도 있고, 로앤굿이나 찾아줘세무사처럼 예비 의뢰인이 상황을 설명하면 상담 수수료를 전문가가 제안하는 역경매 방식도 있다. 이런 플랫폼의 공통점은 예비 의뢰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모아서 제공한다는 점이다.

청년 전문가는 이런 플랫폼이 아니면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렵다. 전문가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전문가 시장은 오랜 경력을 가진 개인이나 대형 법인에 주로 의뢰인이 쏠린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고도 경력에서 전문 분야와 능력이 증명돼서다. 이는 자연스럽게 수익 증가로 이어지고, 수익 일부를 홍보비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경력이 짧은 청년 전문가는 자신을 알릴 수단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들은 많은 돈을 투입해 광고하는 대신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이슈를 분석한 글을 블로그에 올린다. 이렇게 올린 글은 검색 광고 아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 플랫폼이 해결해야 할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기존 전문직 단체와 갈등이다. 이 같은 갈등은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 삼쩜삼과 한국세무사회, 강남언니와 대한의사협회, 닥터나우와 대한약사협회 등 분야별로 다양하다. 플랫폼은 기술이 국민 편의성을 증진한다고 주장하고, 전문직 단체는 서비스의 품질 하락으로 국민을 위협하게 된다고 우려한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가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 더 많은 전문가 플랫폼이 나와 국민 편익을 증진하게 된다"라며 "그러면 기존 플랫폼이 신규 플랫폼과 가격 등 여러 측면에서 경쟁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플랫폼 업계는 승자 플랫폼이 시장을 독식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전문가 플랫폼 시장은 조금 다르다"며 "의뢰인은 플랫폼이 아니라도 전문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전문가도 저렴한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