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분쟁이 카카오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하는 대신 카카오와 플랫폼 관련 협업을 약속했다. 카카오가 K팝 팬덤 플랫폼 시장을 양분한 SM ‘버블’과 하이브 ‘위버스’를 모두 얻게 되면서 여러 K팝 팬덤에 파고들 기회를 얻었다.

카카오 판교 아지트. / 뉴스1
카카오 판교 아지트. / 뉴스1
카카오, K팝 팬덤 통해 글로벌 장악 가능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일요일이던 12일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서 SM 인수를 위한 분쟁이 일단락 됐지만 경쟁상대였던 카카오는 예정됐던 공개 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SM 지분 공개매수를 성공시켜 SM을 카카오 그룹 계열사로 편입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선 카카오가 SM 지분 3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의 목표는 3월 26일까지 SM 지분 총 35%를 차지하는 것이다. 공개매수 성공 시 SM 지분은 카카오가 20.78%, 카카오엔터가 19.13%가 된다.

이는 카카오가 SM 지분을 확보해 자사의 비전인 ‘비욘드 코리아’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비욘드 코리아는 지난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발표한 비전이다. 글로벌에 진출하겠다는 카카오 그룹 전사 목표다.

비욘드 코리아 실현의 선봉에는 카카오엔터가 있다. 카카오엔터가 SM과 시너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카카오엔터와 SM의 협력은 음원·음반 유통, 엔터테인먼트 사업뿐 아니라 웹툰·웹소설 등 스토리 콘텐츠 사업에서 시너지가 예상된다.

이미 하이브는 네이버웹툰과 협업해 BTS, 엔하이픈 등 소속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웹툰·웹소설로 성과를 냈다. 이런 성과를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 카카오뮤직 등에서 거둘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이브가 인수 절차 중단 대신 카카오와 합의한 ‘플랫폼 협력’도 카카오엔터에 긍정적이다. 하이브가 보유한 플랫폼은 팬덤 플랫폼 ‘위버스’뿐이다. 위버스는 SM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하는 ‘버블’과 함께 국내 팬덤 플랫폼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카카오와 버블의 결합에 위버스를 연동한 통합 K팝 팬덤 플랫폼의 등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카카오가 사실상 K팝 팬덤 플랫폼을 통일하게 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카카오는 K팝에 친숙한 글로벌 소비자에게 자사 플랫폼을 보다 쉽게 알릴 수 있게 된다. K팝이 뻗어나간 자리에 ‘카카오’가 스며드는 식이다.

익명을 요청한 글로벌 K팝 마케팅 전문가는 "카카오는 이번 인수로 세계의 다양한 고객층에 카카오를 알릴 확실한 기회를 얻었다"며 "K팝 역사가 오래된 만큼 요즘 아이돌을 좋아하는 10~20대뿐 아니라 1세대 한류 팬덤인 40대 이상 부모 세대까지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 vs 연동’ 팬덤 플랫폼 독과점 우려…카카오의 선택은

다만 카카오, SM, 하이브가 팬덤 플랫폼을 통합할 경우 실질적인 경쟁자가 없어진다. 독과점이 되는 셈이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승인심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를 통해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기업결합에 따른 가격 변동 여부 등을 고려한다.

카카오·SM과 하이브의 협력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은 배경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카카오, 하이브는 모두 "실질적인 협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는 또한 위버스와 버블의 통합 대신 카카오 플랫폼 연동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카카오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에 연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멜론은 이미 2021년 9월 서비스 개편을 통해 아티스트와 팬이 소통할 수 있는 ‘팬톡’이나 숏폼 영상 등 기능을 제공해 왔다.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나 하이브가 영리 추구를 위해 욕심을 부리지 않을 확률이 높다"며 "정부 규제를 걱정해서라도 당장은 큰 변화 없이 유지하다 팬덤의 반응, 정부 정책, 시장 여론을 보면서 장기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려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도 "카카오, SM, 하이브가 플랫폼 시스템 관련 협력 같은 단순 기술 융합만 한다면 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며 "카카오가 SM 인수 후 통합관리(PMI)하는 과정에서 IP 자산인 아티스트를 잃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