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리플(XRP)의 ‘증권성’ 판단 기준을 두고 발행사인 리플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간 법적 공방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빠르면 이달 안에 소송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브룩스 엔트위슬(Brooks Entwistle) 리플 글로벌 수석부사장(좌측)과 라훌 아드바니(Rahul Advani) 리플 아태지역 정책 총괄(우측)/ IT조선
브룩스 엔트위슬(Brooks Entwistle) 리플 글로벌 수석부사장(좌측)과 라훌 아드바니(Rahul Advani) 리플 아태지역 정책 총괄(우측)/ IT조선
라훌 아드바니(Rahul Advani) 리플 아태지역 정책 총괄은 15일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리플·TRM랩스 한국 정책 서밋’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리플랩스의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SEC는 지난 2020년 가상자산 리플(XRP) 발행사인 리플랩스(Ripple Labs)를 미등록 증권을 판매 혐의로 고소했다. SEC는 리플랩스가 가상자산 판매 수익을 국제결제망 구축에 사용했다는 점에서 리플이 증권이라고 봤다.

리플랩스는 이에 대해 ‘리플은 증권이 아닌 상품’이라 반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직까지도 누구의 승소도 확신할 수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디지털자산 업계 전반의 ‘증권성’ 판단 기준이 확립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브룩스 엔트위슬(Brooks Entwistle) 리플 글로벌 수석부사장은 "이 소송이(실패한다면) 혁신을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소송이 언제까지 진행될지는 알 수 없으나 올해는 가시성이 확보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소송의 결과가 어떻든 리플랩스의 사업 자체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리플랩스는 가상자산 리플 외에도 리플을 활용한 송금 솔루션 ODL(On Demand Liquidity)을 55개 국가 파트너사에 제공하고 있다.

라훌 총괄은 "리플 사업의 90%은 이미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뤄지고 있고, 소송이 진행된 2년간 더욱 활발해 졌다"며 "미국 시장도 중요하나, 이 때문에 우리 사업이 발목이 잡혀서는 안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 규제는 명확하지가 않다. 싱가폴, 두바이와 같이 증권형 토큰은 무엇인지, 유틸리티 토큰은 무엇인지 명확한 규제가 있는 국가들에 사업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규제를 먼저 명확히 해야지, 개별 케이스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규제를 하려고 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자산에 대한 국내 규제당국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국내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증권토큰(ST, Security Token)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으며, 이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라훌 총괄은 "규제 측면에서는 일본, 싱가포르, 영국, 아랍에미리트(UAE)의 접근 방식을 참고할 것을 제언한다"며 "민관 협력을 통한 혁신과 소비자 보호간의 균형을 찾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브룩스 부사장도 "기업가라면 누구나 규제가 명확한 국가에 진출하고자 할 것"이라며 "실제 리플랩스는 싱가포르 지사 규모를 두배로 확보하기도 했다. 건전한 생태계가 마련된 곳에 더 많은 혁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