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산업을 만듭니다. 데이터는 그만큼 힘을 갖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쌓인 오디오·비디오 데이터가 지금 시대를 만들었습니다. 신산업이라고 불리는 혼합현실(XR), 메타버스 등은 3D 데이터가 기반입니다. 하지만 아직 3D 데이터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많습니다. 그래서 3D 데이터를 쉽고 빠르게 만들어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촉매’가 중요합니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15일 서울 강남구 D2SF 사무실에서 열린 ‘미디어 밋업’ 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네이버 D2SF는 네이버가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육성을 돕기 위해 만든 액셀러레이터다. 네이버는 이번 밋업에서 ▲리콘랩스 ▲엔닷라이트 ▲플라스크 ▲굳갱랩스 등 스타트업 4개사를 소개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3D 콘텐츠 생성을 편하고 빠르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점이다.

왼쪽부터 안두경 굳갱랩스 대표, 이준호 플라스크 대표, 박진영 엔닷라이트 대표, 반성훈 리콘랩스 대표 등 네이버 D2SF 미디어 밋업 행사에 참석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질문을 듣고 있다.  / 변인호 기자
왼쪽부터 안두경 굳갱랩스 대표, 이준호 플라스크 대표, 박진영 엔닷라이트 대표, 반성훈 리콘랩스 대표 등 네이버 D2SF 미디어 밋업 행사에 참석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질문을 듣고 있다. / 변인호 기자
3D 데이터 쉽게 만드는 리콘랩스·엔닷라이트

리콘랩스는 현실세계를 3D 데이터로 전환하는 기술 ‘리얼 투 3D(Real to 3D)’를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인형을 촬영하면 AI가 인형 사진을 3D 데이터로 변환한다. 반성훈 리콘랩스 대표는 "3D 아티스트, 디자이너뿐 아니라 일반인 누구나 3D로 모델링을 할 수 있다"며 "자체 개발한 AI 딥러닝 기술을 통해 3D 데이터의 재질·외형 등 에셋 변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엔닷라이트는 웹(Web) 기반 3D 콘텐츠 생성 툴 ‘엔닷캐드’를 만들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3D 콘텐츠를 만드는 ‘제로 투 3D(Zero to 3D)’다. 엔닷라이트는 엔닷캐드를 이용하면 접속 환경에 상관없이 3D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엔닷캐드는 KT 메타버스 플랫폼 ‘지니버스’에 서비스를 연동해 이용자의 3D 디자인을 돕고 있다. 엔닷라이트는 지니버스 이용자가 엔닷캐드를 이용해 자신만의 공간, 사물을 꾸밀 수 있게 지원한다.

박진영 엔닷라이트 대표는 "웹 기반이어서 가벼운 엔닷캐드는 비전문가도 고품질 3D 디자인이 가능하도록 사용성도 좋다"며 "초등학교 3학년에게 일주일에 1시간씩 주 4회 한 달쯤 수업하면 아이들도 메타버스 월드 하나는 뚝딱 만들어낼 정도다"라고 강조했다.

플라스크·굳갱랩스, 움직임을 간단하게 3D로 변환

리콘랩스와 엔닷라이트가 3D 모델링 등 멈춰있는 3D 데이터를 만든다면 플라스크, 굳갱랩스는 현실의 움직임을 3D로 변환한다. 플라스크는 사진이나 영상을 업로드하면 AI가 사진이나 영상 속 인물의 행동을 데이터로 변환한다.

기존 애니메이팅 기법은 훈련받은 전문가가 3D 캐릭터 모델링 데이터의 관절을 하나씩 움직임에 맞춰 조절하는 방식과 배우가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직접 연기하는 데이터를 추출하는 방식 등 크게 2가지뿐이다. 이런 방법은 많은 시간, 비용, 공간이 필요했다. 반면 플라스크는 모션 데이터를 추출하고 편집까지 지원하며 언리얼엔진·유니티엔진 등 상용 소프트웨어로 데이터를 옮기는 것까지 한번에 지원한다.

이준호 플라스크 대표는 "이런 모션 데이터 추출 기술은 연출 기획 단계에 굉장히 유용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수억원씩 들여 모션캡처를 하지 않아도 3D 디자인 스케치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플라스크를 이용하면 스토리보드를 미리 그려보는 정도가 아니라 모션을 포함한 시나리오까지 만들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굳갱랩스는 네이버 D2SF가 이번 행사에서 투자 사실을 처음 공개한 곳이다. 굳갱랩스는 AI를 이용해 이용자의 표정과 움직임을 실시간 3D 아바타로 구현하는 ‘휴먼 투 아바타(human to Avatar)’ 기술을 개발한다. 굳갱랩스는 또 휴먼 투 아바타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실시간 소통 플랫폼 ‘키키타운’ 알파 테스트도 진행한다. 굳킹랩스는 특히 데이터를 표준 아바타 형식으로 구현해 다른 플랫폼과 연동 가능성을 높였다.

안두경 굳갱랩스 대표는 "줌, 구글 미트(Meet),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 등 기존 화상채팅 플랫폼이 아바타를 이용한 소통 기능을 실험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런 기능은 실물 얼굴 기반 플랫폼의 부가기능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굳갱랩스는 아바타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만들면 구시대의 소통 플랫폼을 앞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자 메시지를 카카오톡 등 메신저가 역전했듯이 키키타운이 기존 비디오 소통 플랫폼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