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3에서 K배터리 3사 부스마다 인파가 집중적으로 몰린 곳이 있다. 바로 전고체 배터리 존이다. 이 분야 ‘퍼스트 무버’인 삼성SDI와 ‘패스트 팔로워’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의 기술 경쟁에 배터리 업계의 관심이 쏠려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삼국지의 서막이 올랐다. 굳이 비유하자면 삼성SDI가 ‘위’ LG에너지솔루션이 ‘오’ SK온이 ‘촉’이다.

올해 11회째인 인터배터리 2023은 477개사 1400부스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사전등록 관람객도 2022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3만 5000명쯤을 기록했다.

인터배터리 2023 LG에너지솔루션 부스 앞 전경 / 이광영 기자
인터배터리 2023 LG에너지솔루션 부스 앞 전경 / 이광영 기자
전시장 외부는 오픈 시간인 10시부터 오전 내내 출입증을 받으려는 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배터리 3사의 인기 전시 품목에는 사진을 찍기 위한 관람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고, 부스 직원에게도 끊임없는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3사의 전고체 배터리 모두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가장 돋보였던 회사는 삼성SDI였다. 삼성SDI는 부스 한 가운데에 금으로 도색한 전고체 배터리 모형을 전시하며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SDI는 수원 S-라인에서 2025년 소재 대량 양산, 2027년 이전 양산 셀 생산 등 구체적인 전고체 배터리 양산 일정도 공개했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는 독자 조성의 고체 전해질 소재와 리튬 음극재로 수명을 개선한 '무음극 기술'이 특징이다.

현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둘러본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는 소감으로 자사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모형 / 이광영 기자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모형 / 이광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전시공간 중앙에는 배터리를 공급한 포드의 머스탱 마하-E, 미국 전기차 기업 루시드 모터스의 프리미엄 세단인 루시드 에어가 자리를 잡았다. 미래 기술 전고체를 강조한 삼성SDI와 달리 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중국 제외)인 LG에너지솔루션의 현재 위상을 강조한 상징적인 배치다.

LG에너지솔루션은 투트랙으로 진행 중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고분자계와 황화물계 배터리를 모두 개발 중으로 고분자계(폴리머)는 2026년, 황화물계는 2030년 상용화가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두 기술 양산 시점 모두 전기차 모델 1종에 모든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회사 내부에서는 상황에 따라 원트랙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를 투트랙으로 가는 것이 베스트이지만,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하는 기술 발전 상황에 따라 황화물계 ‘원트랙’으로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LG에너지솔루션 전고체 배터리 모형 / 이광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전고체 배터리 모형 / 이광영 기자
SK온 역시 전시장 중심에 전고체 배터리가 아닌 자사 대표 제품인 NCM9플러스(+)를 배치했다. 이와 함께 개발 단계인 저가형 LFP 배터리와 각형 배터리도 선보였다. NCM9+와 더불어 각형, LFP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양산해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SK온 관계자는 "LFP 배터리는 개발 단계지만 양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라며 "각형 역시 고객사 요청에 따라 상용화 단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SK온의 전고체 배터리 전략도 황화물계와 고분자 복합계 등 투트랙이다. 상용화 목표 시점은 두 기술 모두 2028년이다. 양산 시점은 2030년에 이르러야 가능할 전망이다.

SK온 전고체 배터리 모형(위)과 리튬이온 배터리 / 이광영 기자
SK온 전고체 배터리 모형(위)과 리튬이온 배터리 / 이광영 기자
SK온의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전극활물질 경계면의 부반응을 최소화함으로 초기 용량 발현율을 향상시켰다. 에너지 밀도 개선을 위해 니켈 함량 88% 이상의 고용량복합양극(양극재+고체전해질) 개발이 목표다.

고분자 복합계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양극과 음극의 만남을 차단해 내부 온도 상승 위험을 방지할 수 있고, 난연 소재로 외부 화재 위험도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SK온 부스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액체방식과 제조 공정이 유사해 비용 경쟁력이 있다"며 "SK온이 개발하는 고분자 복합계는 유기물인 고분자와 무기물인 복합계를 혼합한 콘셉트로, 고분자가 가진 단점을 상쇄하고 장점을 높인다는 점에서 경쟁사와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후 4시 진행된 인터배터리 2023 개막식 모습 / 이광영 기자
오후 4시 진행된 인터배터리 2023 개막식 모습 / 이광영 기자
이날 오후 4시 진행된 인터배터리 2023 개막식에는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비롯해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손미카엘 삼성SDI 부사장, 최영찬 SK온 사장, 장사범 고려아연 부사장, 김준형 포스코케미칼 사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해 열린 인터배터리 2022와 비교해 덩치는 커졌지만 격은 떨어졌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산업부 장관과 각사 대표급,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이 모두 참석한 전년과 비교된다는 것이다. 장영진 차관의 도착이 15분 늦어지면서 오후 4시였던 개막식이 4시 15분에야 열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과거 빼지 않고 참석했던 각사 대표와 배터리산업협회장이 출장 등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며 "배터리계의 CES로 발전시키자는 장영진 차관의 발언이 무색해진 상황이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