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들이 최근 정부가 발의하고자 하는 ‘원격의료법’이 산업 전체를 무너트릴 수 있다며 법안을 즉각 수정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15일 여의도에서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의하고자 하는 원격의료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후 이들은 국회를 찾아 여야 의원에게 성명서를 전달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15일 여의도 파크원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원격의료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 김동명 기자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15일 여의도 파크원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원격의료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 김동명 기자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2020년 2월 한시적 허용 이래에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는 동안 증명된 안전성과 편의성을 외면하고, 대한의사협회와 제2차 의정현안협의체에서 합의한 내용만을 기반으로 원격의료를 규제하려는 보건당국의 제도화 방향에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이달 초 비대면 진료 법제화 내용을 담은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6월 내 국회에서 비대면 진료법(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더불어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성과를 바탕으로 의료법 개정을 통한 제도화 방향을 공개하기도 했다.

우선 복지부는 고령층의 건강 증진에 일부 기여할 수 있고, 이용자들의 반응도 좋을뿐더러 심각한 의료사고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비대면 진료에 대한 충분한 평가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실제 2020년 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상급병원 쏠림현상이 발생하리란 의료계의 우려와 달리 비대면 진료는 동네 의원에서 많이 이뤄졌고 고령층, 만성·경증질환 중심으로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또한 전화상담 처방 진료를 받은 환자나 가족 500명을 대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020년에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77.8%가 ‘비대면 진료 이용에 만족한다’고 답변했으며, 응답자의 87.8%가 ‘재이용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지난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2.3%가 ‘비대면 진료에 만족한다’, 응답자의 87.9%가 ‘향후 비대면 진료 활용 의향이 있다’는 등 긍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복지부가 추진 중인 법안은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이기 때문에 산업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가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총 진료 736만건 중 재진은 600만건(81.5%), 초진은 136만건(18.5%)이었다. 진료 후 처방을 실시한 건수는 514만건(69.8%), 처방에 이르지 않은 상담건수는 222만건(30.2%)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협의회는 해당 수치는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합의한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진료 원칙만 기반으로 뒀을 뿐으로, 복지부가 원격의료 규제개혁의 의지가 없음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협의회 측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원격 비대면 진료는 피할 수 없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며,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첨단기술의 혜택을 국민 모두 누릴 수 있도록 시도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윤 대통령은 경제성장 주체는 정부가 아닌 민간이며, 기업 활동을 제약해 온 규제를 즉시 폐지하고, 최소 규제 방식으로 규제 시스템을 개혁하겠다는 공약도 내건 바 있다"고 설명했다.

장지호 협의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사고가 없었음에도 정부는 다시 과거로 회귀하려고 한다"며 "3500만건이 넘는 환자가 대부분 초진 환자임에도 정부는 재진 데이터만 갖고 법안을 만들려고 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들은 원격의료법이 정식 법제화될 경우 스타트업 30곳 중 24곳이 고사 위기에 직면할 것이며, 대부분의 일반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 앱을 사용할 이유를 못 느끼거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비대면 진료 앱 이용자의 99%가 감기 등 경증으로 찾는 초진 환자였으며, 시간에 쫓기는 20~30대 워킹맘·직장인인이 비대면 진료를 주로 활용해 왔다"며 "그러나 국회에는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가 재진일 경우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법안을 만들어 산업을 규제하려고만 한다"고 덧붙였다.

임진석 굿닥 대표는 "법안이 이대로 발의된다면 사실상 타던 택시만 타고, 새로운 택시는 탈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며 "비대면 진료 산업이 ‘제2의 타다’가 될까봐 매우 두렵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