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톡신 간접수출 문제를 두고 정부와 업계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올해에도 어김없이 법리적 해석 여부에 대한 다툼이 시작됐다.

당국과 검찰은 해외 수출 보툴리눔 톡신 공급 과정에서 국내 업체와 거래했다는 것만으로도 위법 소지가 있다 해석했고, 업계는 이전부터 수행하던 업무행위로 제품 전량이 수출됐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 픽사베이
보툴리눔 톡신 제제. / 픽사베이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검찰이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국내 수출업체에 유상으로 양도한 휴젤, 메디톡스, 파마리서치바이오, 제테마,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 등 6곳과 임직원 12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6개 기업에 대한 의약품 품질의 균질성·안전성 확보를 위해 판매 전 국가가 심사하는 국가출하승인 제도를 관행적으로 회피한 채 국내 수출업체에 불법 판매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과 협력해 관련 제약사에 의견 제시 시간을 충분히 주고 유관기관 및 전문가 의견을 듣고 증거자료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업들은 약사법에 따라 수출 제품의 경우 ‘국가출하승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국내 판매가 이뤄지는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제품의 변질 및 이물 혼입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가출하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만 수출용 의약품은 국가검정을 별도로 받지 않아도 되지만 국내에 유통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보툴리눔톡신 생산 업체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수출용 의약품을 국내 무역회사 또는 도매업체 등에 판매할 경우 소위 ‘간접 수출’ 협의가 적용된다. 이 부분에 대해 업계와 정부간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매해 터져나오는 ‘간접수출’ 공방…좁혀지지 않는 입장차

앞서 식약처는 2020년 메디톡스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판매했다는 혐의로 5품목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를 결정한 바 있다. 이어 2021년에는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에 동일한 혐의를 적용, 각 사 제품에 대해 허가를 취소했다.

지난해에는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제테마 등 3개 업체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보톡스를 국내에 판매한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 품목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과 회수·폐기 명령을 내렸다.

이후 같은 해 11월 식약처는 국내 주요 보툴리눔톡신 판매 업체를 상대로 간접수출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 올해 또 다시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란 소문이 업계에 돌면서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검찰의 이번 기소는 식약처 판단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6개 업체 모두 식약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정부와 업계 간 법리 해석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사태는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우선 수출 전용 의약품은 제조업체가 수입자의 사양서를 제출해 국내 판매가 불가한 채 수출만을 위해 제조, 허가된 조건을 부여받은 의약품이다. 즉, 별도의 국가출하승인이 필요 없다.

하지만 수출용 제제를 국내 무역업체가 거래를 통해 공급받게 되면 당국과 검찰은 국내 유통이 발생했다고 간주한다. 특히 약사법 상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는 도매상이 물건을 사고 팔거나 수수료를 받는 행위는 모두 위법이다.

그런데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무역상을 통한 의약품을 간접수출하는 경우는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정부 기관 간 법리적 해석에도 이견이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또한 개정 약사법에는 수출과 관련 조항이 삭제된 상태다. 현재 간접수출에 대해서는 대외무역법을 적용받고 있는데, 업계는 식약처가 약사법 제53조 제1항에 담긴 ‘판매’의 의미를 지나치게 해석하다고 주장해 왔다.

당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간접수출하는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국가출하승인을 면제해야 한다는 취지를 식약처에 건의했다. 국내 무역회사를 통해 수출하는 방식의 간접수출 역시 수출에 해당하므로 해당 품목의 국가출하승인이 제외돼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검찰은 이번 혐의에 대해 "수출 과정의 일부가 아닌 제약사가 수출업자에게 의약품을 판매한 것이다"며 선을 그었다.

휴젤 "그간 문제없이 진행된 관행…약사법 위반 아냐"

이에 휴젤은 입장문을 내고 간접수출 혐의는 엄연히 법리적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다며, 적극 해명해 나아가겠다 주장했다. 한국비엔씨 역시 입장문을 올리는 등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속속 이번 검찰 기소에 불복하는 입장을 드러내는 중이다.

휴젤 거두공장 전경. / 휴젤
휴젤 거두공장 전경. / 휴젤
휴젤 측은 "당사가 국내 무역업체를 통해 수출한 제품은 국가출하승인 없이도 수입자의 요청에 따라 판매 가능한 수출용 의약품이다"며 "그간 식약처도 수출용 의약품에 대해선 국가출하승인 절차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접수출은 대외무역관리규정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무역 방식으로 국내 무역업체를 통해 의약품이 수출되더라도 해당 의약품은 수출용 의약품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당사뿐 아니라 다른 정부기관과 한국무역협회 등의 입장이다"고 덧붙였다.

휴젤 이외 기소된 업체들 역시 간접 수출을 국내 판매 행위로 해석할 수 없다는 식약처와 행정소송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이들 역시 그동안 정부가 의약품 수출 장려를 위해 간접 수출 등을 인정해오다 갑자기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휴젤 관계자는 "중국·유럽에 이어 올해 미국 시장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함으로써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며 "이번 검찰 기소에도 흔들림없이 경영을 안정화하겠다"고 했다.

한국비엔씨도 입장문을 통해 "국내 판매용 의약품과 달리 수출용 의약품은 약사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존재함에도 이를 약사법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전했다.

국내 수출업자가 자신들의 거래방식으로 최종 수출을 진행한 것을 국내 판매로 보는 것은 불합리한 해석이며, 앞서 대법원도 의약품 수출은 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긴시간 동안 정부 당국과 업계 간에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서로 양보할 생각이 없기에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며 "양측의 주장이 모두 각자만의 법적 근거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확실한 법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