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완전승인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올해부터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처방이 곧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레켐비 역시 비운의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헬름’과 함께 부작용 논란이 다소 존재하며, 기대를 모은 일라이 릴리의 알츠하이머 신약은 임상 중단 위기를 맞는 등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위험성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 바이오젠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 바이오젠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의 완전승인을 위한 변경신청을 접수했다. 현재 레켐비는 FDA로부터 초기 임상 결과를 토대로 내려지는 조건부 허가만 받은 상태로, 일반 환자의 치료제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에 의한 경도 인지장애(MCI)를 치료하는 ‘항아밀로이드 베타(Aβ)’ 항체다.

현재까지 의학계에서는 과다 생산·축적된 Aβ가 끈적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형성해 뇌와 뇌혈관 주위에 쌓여 알츠하이머를 일으킨다 보고 있다.

레켐비는 추후 정식허가만 획득하게 되면 무난하게 블록버스터(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으로 등극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신약이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3조5000억원에서 2024년 13조5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달 에자이는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레카네맙의 승인 신청에 돌입했으며,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가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레켐비는 한달에 두 번 정맥주사로 투여되며, 연간 비용은 2만6500달러(3400만원)로 예상된다.

에자이 측은 "2030년 전 세계 레켐비 매출이 약 70억달러(9조 1455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며 "9월에 일본 승인을 취득하는 것이 목표다"고 설명했다.

앞서 레켐비는 임상을 통해 치료 18개월 후 임상치매척도(CDR-SB)를 위약 대비 27% 개선해 주요 효능평가 기준을 충족했는데, 이는 22% 개선효과를 보인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보다 높은 수치다.

앞으로 FDA는 7월 6일 레켐비에 대한 정식 품목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레켐비가 완전한 승인을 받으면 공공의료보험뿐 아니라 다른 민간 의료보험사의 급여지급목록에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 재향보건관리국(VHA)은 레켐비에 보험을 적용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며, 올해 미국 급여기관 중 가장 먼저 본격적인 의약품 공급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켐비가 출시 후 처음으로 미국 내 주요 보험급여 기관 중 하나인 미국 보훈부(DVA)로부터 비용을 적용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VHS는 DVA 산하 기관으로 미국 전역에서 약 1300여개 시설에서 재향군인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다만 알츠하이머 신약에 대해 희망적인 소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레켐비 임상에 참여한 환자 중 17%에서 뇌출혈 위험이 발생, 13%는 뇌종양 위험이 발견됐다. 심지어 레켐비 투여 환자의 7%는 부작용 때문에 임상 시험을 중단하기도 했다.

아두헬름도 치명적인 부작용 중 하나인 ARIA(뇌영상 비정상 소견) 증상이 환자들에게 나타나면서 사실상 허가 취소 수순에 들어간 상태다.

레켐비와 함께 알츠하이머 정복을 꿈꾸던 일라이 릴리의 ‘솔라네주맙(Solanezumab)’에 대한 임상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마지막 연구인 A4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 전단계인 환자들에게 투여했을 때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지 못했다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은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며 환자 위험성까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며 "FDA도 상당부분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상태로, 설사 FDA에 최종 허가를 받는다 해도 레켐비가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상당부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