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주를 넘어 중동·아프리카 지역으로 가전 시장을 확대한다. 글로벌 패권 경쟁과 경기 침체 등으로 중국 매출 비중이 줄어든 가운데 높은 인구 밀도와 함께 빠르게 내수시장이 성장하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두 회사는 해당 지역에서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활발한 영업 활동을 전개한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48조 692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41조 8346억원)보다 16.4% 성장한 수치다. 미주(21.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매출 성장세이기도 하다. 국가별 전체 매출 순위로는 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 매출이 2021년 5위에서 지난해 4위로 한 계단 올라서며 중국을 제쳤다.
LG전자도 해당 지역에서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 회사가 17일 발표한 2022년 연결감사보고서에서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매출은 총 3조 3562억원으로 전년(2조 7732억원) 대비 21% 증가했다. 중국 매출은 2조 6388억원으로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매출과 비교해 7174억원 차이가 난다.
두 회사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성장하는 시장 수요에 맞춰 생산기지를 구축하는가하면, 지역 내 서비스·영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전 사업을 전개한다.
LG전자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LG 쇼케이스’를 열고, 지역 밀착형 신제품을 소개했다. 무드업 냉장고를 비롯해 세탁건조기 워시타워, 액자형 에어컨 아트쿨 갤러리, 퓨리케어 에어로퍼니처, 빌트인 주방가전 라인업 등을 소개했다. 2023년 TV 신제품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M과 LG 올레드 에보 등도 선보였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 특성에 맞춰 다양한 혁신 제품을 앞세우며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LG전자 측은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정용 및 시스템에어컨, 상업용 디스플레이 등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며 "회사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에 거점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어 해당 지역 수요에 적기 대응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도 맞춤형 경험을 앞세우고 고객 접점을 더욱 확대해 고속 성장을 이어갈 방침이다"라고 덧붙였다.
LG전자는 현지에서 사업장을 늘리며 입지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회사는 2021년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수단, 케냐 등 동아프리카 4개국을 중심으로 신규 지점을 오픈한 바 있다. 또 기존 매장 20곳을 대상으로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또 올해 초에는 이라크 바그다드에 ‘스마트싱스 홈’ 체험관을 열며 현지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도 했다. 회사는 네오 QLED 8K를 비롯해 비스포크 가전 등 제품으로 공간을 꾸미고,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통해 제품간 초연결 경험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동·아프리카가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면서 해당 지역을 내수시장화하고, 가까운 유럽과 인도로 시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