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잘 다녀왔어? 냉장고에 피자 있으니 꺼내서 먹고 있으렴."

로봇청소기가 집에 도착한 아이를 마중나오며 건넨 말이다. 로봇청소기에 탑재된 카메라가 자녀의 귀가를 확인하고, 부모가 사전에 녹음해둔 메시지를 들려주는 것이다. 부모에게도 곧바로 자녀의 귀가 여부를 알림으로 보내준다. 주방에 있는 오븐은 로봇청소기에 남긴 메모를 통해 피자에 맞는 알고리즘으로 세팅한다. 스타트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조리를 시작한다. 삼성전자가 비스포크 가전 신제품을 통해 보여준 ‘스마트홈’의 모습이다.

삼성전자 로봇청소기 ‘제트봇 AI’ 신제품. /박혜원 기자
삼성전자 로봇청소기 ‘제트봇 AI’ 신제품. /박혜원 기자
삼성전자는 21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 행사장에서 ‘비스포크 라이프’ 미디어데이를 열고, 비스포크 가전을 통해 고효율·연결성을 강화한 일상을 공개했다.

거실과 주방, 세탁실로 꾸며진 제품 체험장은 삼성전자 냉장고부터 식기세척기, 오븐, 로봇·스틱청소기, 세탁·건조기 등 비스포크 신제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올해 인공지능(AI)이 적용된 품목은 총 15개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가지 측면에서 AI 기능이 대폭 업그레이드됐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올해는 기존 비스포크 홈에 친환경, 고효율, 연결성을 추가해 비스포크 라이프 개념을 적용하고 개개인의 삶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라며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최저 기준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더 줄여주는 초고효율 제품을 대거 선보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출시하는 비스포크 전 제품에 와이파이를 탑재해 더 많은 소비자가 손쉽게 전력 소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거실부터 주방, 세탁실에 걸친 ‘비스포크 라이프’를 선보였다. 거실에 놓인 스틱 청소기 신제품 ‘비스포크 제트AI’는 카페트나 마루, 매트 등 바닥 상태를 스스로 인식해 흡입력을 조절하는 것이 특징이다. 카페트에선 구석 구석 먼지 제거를 위해 흡입력이 강해지는 반면, 매트 위에선 흡입력을 낮춰 조작이 쉬워진다.

삼성전자 스틱 청소기 신제품 ‘비스포크 제트AI’ /박혜원 기자
삼성전자 스틱 청소기 신제품 ‘비스포크 제트AI’ /박혜원 기자
정준성 삼성전자 DA사업부 홈IoT 담당 프로는 "국내 최초로 AI+ 인증을 취득한 비스포크 제트AI는 소비자가 직접 들고 상황에 따라 알맞게 사용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 제품을 개발했다"며 "청소 중 이동할 때는 불필요한 배터리 사용을 줄이기 위해 청소기가 알아서 흡입력을 낮춘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 사용량 25%쯤을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청소 외 새로운 부가 기능도 생겼다. 청소 중 휴대전화가 울리면 청소기에 내장된 디스플레이에서 전화 수신 화면이 뜨고, 기기는 작동을 멈춘다. 홈 IoT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통해 휴대전화와 연결한 것인데, 청소기 소음으로 전화 알림을 놓치는 것을 방지하고자 새로 도입했다.

또 로봇청소기 ‘제트봇 AI’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개와 고양이, 사람을 인식한다. 외출 시 로봇청소기에 탑재된 카메라로 집에 있는 반려동물이나 사람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고, TV와 연결해 유튜브 채널이나 음악을 틀어줄 수 있다. 올해 새롭게 추가된 ‘우리 아이 마중하기’ 기능은 방과 후 자녀를 맞아주고, 귀가 여부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비스포크 냉장고에 탑재된 패밀리허브에서 음식 조리법을 선택하자 인덕션과 조리법이 연동됐다. / 박혜원 기자
비스포크 냉장고에 탑재된 패밀리허브에서 음식 조리법을 선택하자 인덕션과 조리법이 연동됐다. / 박혜원 기자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냉장고 신제품은 하나의 거대한 ‘스마트폰’으로 재탄생했다. 냉장고에 탑재된 32인치 디스플레이 ‘패밀리허브’에는 음식 레시피부터 장보기, 냉장고 관리, 내부 음식물 확인, 갤러리, 타이머 등 다양한 앱이 설치돼 있었다.

행사 관계자는 주방 기기간 연동 기능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서 주물 냄비를 사용하는 가마솥 백미밥 조리법을 선택하면, 인덕션과 정수기 등과도 조리법이 연동된다. 정수기에 가마솥 백미밥에 알맞은 취수 기능이 세팅되고, 인덕션은 적정 온도로 알아서 세팅되는 식이다.

스마트싱스를 통해 의류 상품택을 인식하자 세탁 방법과 맞춤 세탁 코스가 추천됐다. / 박혜원 기자
스마트싱스를 통해 의류 상품택을 인식하자 세탁 방법과 맞춤 세탁 코스가 추천됐다. / 박혜원 기자
의류 맞춤형 세탁 코스를 추천하는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기’ 신제품도 관심을 모았다. 의류에 붙어있는 상품 택을 스마트폰의 스마트싱스 앱에서 QR코드로 인식하면, 앱이 알맞은 세탁 코스를 추천하고, 이를 세탁기와 연동한다. 또 ‘AI 세제자동투입’ 기능을 통해 의류 무게에 따른 세제 적정량을 투입하고, 기존 소비자 사용 패턴을 인식해 물과 세제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신제품에서 ‘친환경’ 기능이 강화된 점을 강조했다. 핵심부품 고효율화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기존 제품보다 대폭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기는 작년 모델보다 에너지 효율이 최대 30% 높고, 비스포크 냉장고 4도어는 1등급 최저 기준 대비 효율이 최대 22% 더 높다. 여름철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에어컨 역시 기존 모델보다 에너지를 10% 덜 쓴다.

박예리 삼성전자 DA사업부 브랜드마케팅 담당은 "올해 비스포크 가전은 보다 편리하고 실용적인 솔루션에 초점을 맞췄다"며 "비스포크 신제품은 에너지 효율 1등급 달성 모델을 확대하고, 대형가전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모델 비중은 75%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스포크 가전은 ‘AI 절약모드’를 활용하면 에너지 추가 절감도 가능하다. 미리 설정해둔 목표 사용이나 누진 단계에 도달하기 전 제품이 알아서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제어하는 알고리즘이 적용됐다"고 덧붙였다.

정준성 프로도 "AI 가전 라인업은 다양한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사용패턴을 학습한다"며 "비스포크 가전 신제품은 소비자의 고민과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똑똑한 동반자로 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