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시장 독점 문제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업비트의 시장점유율이 3년째 80%을 넘기고 있지만, 당국조차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며 업비트의 독주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22일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전체 거래량중 업비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80.8%다. 업비트 외에 실명계좌를 발급 받은 국내 거래소들의 거래량 비중은 빗썸 15.64%, 코인원 3.29%, 코빗 0.2%, 고팍스 0.1% 등이다.

공정거래법상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이상, 셋 이하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업비트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이후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업비트의 국내 시장 독점은 수 년째 지속되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 2021년 실명계좌 계약 은행을 IBK기업은행에서 케이뱅크로 바꾸며 2년 여만에 계좌 발급을 재개했다. 당시 20% 수준이던 업비트의 점유율은 인터넷은행의 손쉬운 계좌개설 기능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경쟁사인 빗썸을 제친지 오래다. 빗썸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평균 점유율 70%대를 보였으며, 최대 점유율 90%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빗썸의 실명계좌 제휴사인 NH농협은행은 케이뱅크와 달리 직접 본점에 방문해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수의 고객들이 가입과 송금이 비교적 편리한 업비트로 흡수됐다.

지난 2021년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가 도입된 이후로는 독점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 원화 거래를 위한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가 5개사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원화 거래 지원 여부를 기준으로 코인마켓 거래소와 원화마켓 거래소간의 격차는 더욱 커졌으며, 업비트의 원화 거래 점유율은 급격히 높아졌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가 시작된 지난 2021년 9월 기준 업비트의 점유율은 88%를 기록했으며, 이후 꾸준히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가 수 년째 고착화되며 일각에서는 향후 시장지배력을 가진 거래소가 시장 자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간 경쟁은 성장을 위해 필요한 요소"라며 "하지만 실명계좌가 추가적으로 발급되지 않고 있으며, 해외 거래소들의 진출 또한 막힌 상황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또한 최근 독과점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쓴소리’ 낸 만큼 업비트 또한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 통신 분야의 공정 경쟁을 위해 독점을 규제하는 조치 마련을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특성상 시선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4시간 국경없이 거래되는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상 점유율의 기준을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해외거래소와 국내거래소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러한 주장은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 또한 국내 영업을 위해서는 신고수리를 완료해야 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국내에 사업자 신고를 완료하고 진출한 사업자는 크립토닷컴 한 곳 뿐이다.

이상승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16일 두나무가 개최한 ‘디콘’ 행사에서 "특정 국내 기업이 국내만을 대상으로 할 때 점유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이를 독과점이라고 성급하게 결론 내려서는 안된다"며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