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디지털 금융 강화 일환으로 공들이고 있는 핀테크 업체 핀크가 좀처럼 반등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한 때 ‘토스보다 낫다’라는 평가까지 받았지만 지금은 계속된 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진지 오래다. 국내 최대 규모의 금융지주 자회사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 핀크는 지난해 123억8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핀크는 출범 이후 내리 적자다. 2017년 15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데 이어, 2018년 181억원, 2019년 171억원, 2020년 193억원, 2021년 122억원 등 꾸준하게 100억원대의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에 결손금도 꾸준히 늘어, 2017년 163억원, 2018년 344억원, 2019년 516억원, 2020년 709억원, 2021년에는 832억원까지 늘었다. 2020년 자본잠식률이 50%선을 넘어선데 이어, 2021년에는 80%대에 육박했다. 상장기업이었다면 이미 상장폐지를 당하고도 남는 수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핀크의 당기순손실 추이. / 하나금융 연결 감사보고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핀크의 당기순손실 추이. / 하나금융 연결 감사보고서
핀크는 지난 2016년 8월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각각 51%와 49%씩 출자해 자본금 500억원 으로 만든 핀테크 기업이다. 당시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내놨다. 고객 지출내역을 분석해 자산 형성을 돕거나, 소비 성향에 맞는 상품 중개 및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혁신금융을 지향했다.

하나카드와 협력 사례가 대표적이다. 핀크는 2018년 신용카드 사용 금액을 핀크머니에서 차감하는 '핀크카드'를 내놨다. 또 신용카드 상품인 ‘투뿔카드’를 출시, 이용금액에 따라 최대 2% 리워드를 제공했다.

무료 간편송금 서비스도 실시해 토스 간편송금과 본격 경쟁을 벌였다. 고객이 핀크에 가입하면 동시에 전화번호 기반 핀크 계좌가 만들어져 수수료 없이 송금이 가능했다. 하나금융의 하나머니를 핀크로 전환해 사용하거나, 하나은행 ATM에서 현금 인출이 가능하기도 했다.

파트너인 SK텔레콤과는 ‘T핀크적금’을 내놨다. 하나은행 적금금리에 SK텔레콤 가족결합 혜택 등을 우대금리로 포함, 최대 연 4%대 금리를 제공했다. 당시 시중은행들이 내놓은 적금의 최고 우대금리는 2%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혜택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존재감도 사라졌다. 지난해 7월 하나금융은 잔여지분 49%를 인수, 핀크를 연결기업에서 완전종속기업으로 편입시켰다. SK텔레콤은 당시 하나카드 지분 15%와 함께 핀크 지분도 하나금융에 양도했다. 업계에선 핀크의 저조한 실적을 지분 양도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하나금융은 이에 대해, "핀크를 통해 금융상품중개 비즈니스로 확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신규 사업 영역으로의 진출, 그룹 내 디지털 관련 업무의 협업 등도 목적"이라고 인수 목적을 밝혔다.

올해 초 조현준 전 하나은행 셀장을 핀크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조 신임 대표는 블록체인과 마이데이터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핀크만의 서비스를 개발, 소비자 편익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반전은 없어 보인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경보를 발령한 택배회사 사칭 피싱 범죄에 연루돼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한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피싱 일당에 의해 핀크에 계정이 만들어진 피해자가 각각 약 800만원과 11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탈취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휴일이라 고객센터를 운영하지 않아 피해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핀크는 24시간 운영하는 고객상담 채팅앱을 운영하고 있었다"며 "다음주부터는 이를 강화한 ‘금융사고 안심 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